[화제]日 교포단체 민단-조총련 화해무드

  • 입력 2000년 8월 28일 15시 55분


24일 조총련 간부가 민단을 방문해 4개항의 협의안건을 제안함으로써 일본내의 '축소판 남북한'으로 불려온 민단과 조총련에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두 단체는 9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을 함께 응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두 단체간 접촉은 끊어졌다.

▽접촉 의미 = 조총련 간부가 민단 중앙본부를 찾은 것은 두 단체의 최고 집행부가 화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두 단체의 지방조직이나 하부단체는 최고집행부가 움직이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민단 김재숙(金宰淑)단장은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6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총련측과 무조건 협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총련측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협의를 거부하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부조직 움직임 = 민단과 조총련 집행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두 단체의 하부조직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26일 가와사키(川崎)에서는 민단과 조총련계 상공회의소가 모여 '가와사키동포 하나 페스티벌'을 열었다. 오사카(大阪)에서도 양측 상공인이 참석하는 골프대회가 열렸고 민단과 조총련계 불교도의 합동법회도 개최됐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서는 양측 젊은이가 한국술과 북한술을 섞어 만든 '통일주'를 마시며 어울렸다. 두 단체 상층부의 접촉이 시작됨에 따라 앞으로 하부조직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과제 = 두 단체 사이에는 현안이 남아 있다. 우선 조총련이 자체적으로 '한국 방문단'을 구성하려는데 민단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단은 주도로 75년부터 실시해온 '모국 방문단'의 성과를 무시하려는 조총련의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9월의 일본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재일 외국인에 대한 지방 참정권 법안에 대한 의견 통일도 필요하다. 민단은 최대숙원사업이라며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조총련은 반대입장이다. 북송사업을 둘러싸고 생긴 두 단체의 뿌리깊은 앙금을 어떻게 털어낼 지도 관심거리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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