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구]김위원장 '2개사단 활용' 배경

  • 입력 2000년 8월 14일 20시 11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12일 남한 언론사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경의선 복원을 위해 “38선 2개사단 3만5000명을 빼내서 즉시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군병력이 주요 공사에 동원되는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탈북자들은 북한 군대가 노동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주저없이 동의한다. 이는 95년 수해 이후 잇따른 자연재해로 북한 경제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군이 경제 회복의 중추가 됐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병영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듯 북한에는 ‘군인 건설’ 사례가 무수히 많다. 평남 안주의 ‘송암명기’ 소(牛)목장도 군인들의 노력 동원의 산물이었다. 평양∼원산간 고속도로 건설에도 군인들이 큰 몫을 했다. 86년 1월 착공된 81만㎾ 규모의 안변청년발전소(금강산발전소)도 군인들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군인 건설자들의 손은 평양 시내에도 구석구석 배어 있다. 북한 사회안전부(현 인민보안성) 인민경비대 군인들이 공사를 맡아 평양 미림비행장 부지내에 건설한 ‘4·25여관’은 98년 9월 정권 창건 50주년을 기념해 준공식을 가졌다. ‘군인 건설’은 제대후에도 이어진다. 제대 군인들은 최근에도 자강도 감자밭, 김책제철 연합기업소 등으로 진출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했다.

‘군인 건설’은 ‘군이 앞장서서 혁명과 건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이른바 ‘선군후로(先軍後勞) 정치’가 그 이념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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