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개성공단개발 의미]남북경협 급진전…재원 불투명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북한이 개성을 관광지로 개방하고 경제특구로 지정하기로 한 것은 개방의 발걸음을 다시 한번 크게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 주민들이 만월대나 박연폭포를 구경토록 한 것은 금강산 관광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관광지역을 북한 주민과 격리시킨 채 남한 주민들이 금강산만 구경하고 돌아가는 것과 남한 주민들이 버스로 개성지역을 돌아다니는 것과는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 현대 관계자는 “만약 공단이 해주로 결정됐다면 개성관광이 어렵겠지만 개성을 공단으로 개발하면 어차피 대규모 인력과 물자가 오가게 되므로 관광개방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단개발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는 서해안 공단부지로 해주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북한의 실무진은 해주는 평양에서 너무 가까워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만명을 넘는 북한 근로자가 남한의 자본가들과 함께 일하는 자체가 북한에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 국경근처의 신의주를 공단부지로 추천했고 현대측은 난색을 표시해왔다. 결국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평양에서 다소 떨어진 개성을 공단부지로 확정하고 개성관광이라는 ‘선물’까지 나왔다.

현대측은 개성도 해주 못지않은 공단후보지라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우선 개성은 판문점에서 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남한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 물자 및 인력 수송에 유리하다. 앞으로 경의선이 다시 개통될 경우 물류비가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개성은 또 내륙지방의 평지로 공단조성에 적합한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인근에 있는 예성강 및 임진강의 수계를 이용할 수 있어 용수공급도 원활하다.

현대는 개성을 공단 800만평과 1200만평의 배후 신도시를 갖춘 2000만평의 공단으로 조성할 예정. 개성공단에는 850개 업체가 입주하며 북한근로자 22만명이 일하게 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현대측 발표대로 개성관광 및 공단조성이 실현된다면 남북긴장 완화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성공단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 북한의 실천의지와 현대발표의 신뢰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현대의 발표에 대해 증권시장 등에서는 “자금난에 처해 은행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현대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대북사업을 계속해 나갈지 의문”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현대측은 이에 대해 “공단개발 사업은 공단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로부터 미리 분양대금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현대의 돈이 들어갈 필요가 없고 금강산 관광사업은 해외에서기관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라며 “금강산 사업은 관심을 보인 외국기업들이 벌써 상당수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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