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백서]北 개방정책 평가 유보…미사일 경계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33분


28일 일본 방위청이 발표한 ‘2000년 방위백서’는 첫 페이지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싣는 등 남북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정책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일본이 자주방위태세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급한 평화 무드를 경계했다.

▽북한 정세 판단〓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통치체제가 명실공히 정비되어 있고 국가통치도 일정한 궤도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북한붕괴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백서는 김 국방위원장이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군부대를 빈번히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군대에 의존하는 국가운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개발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후 로켓 연소실험이나 미사일발사시설의 확장공사를 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발사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부상했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백서는 지금까지 기술하지 않았던 북한의 화학 및 생물병기에 대해서도 언급, “북한은 이미 상당량의 화학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정량의 생물병기 생산기반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경제에 대해서는 “최근 약간 나아지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상시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등 여전히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백서는 중국이 미사일 둥펑(東風)3을 명중도가 더 높은 신형 둥펑21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일본 근해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백서는 지난해에 이어 “중국이 발표하는 국방비는 실질 국방비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방위 태세의 정비〓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유사법제’연구에 강한 의욕을 표시하고 “유사법제화에는 방위청의 범위를 넘는 사항도 들어있으므로 정부 전체가 매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공동으로 연구중인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연구에 대해서는 “미일 안보조약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서 ‘전수방위’개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연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일본은 이를 위해 올 예산에 20억4800만엔을 계상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24일 총리 공관에서 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2005년까지의 일본방위계획 골격을 마련하는 차기중기방위력정비계획 논의에 착수했다. 일본정부는 차세대 수송기 및 초계기의 개발 등 직접전투에 사용되는 장비의 충실화를 비롯해 정보기술(IT)진전에 따른 정보 지휘통신 시스템의 강화, 테러 게릴라 및 핵 생물 화학무기 대처 등을 논의의 골격으로 검토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日방위청 신청사 첨단무장/55인승 헬기 이착륙장 갖춰▼

일본 방위청은 5월 40년간 사용하던 도쿄(東京) 롯본기(六本木)청사에서 3배 이상 넓어진 이치가야(市ケ谷)신청사(사진)로 이전했다. 일본 청사이전사상 최대규모였다.

신청사부지는 70년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천황의 군대’로서 자위대의 궐기를 주장하며 할복자살을 한 자위대 동부방면총감부가 있던 곳.

신청사는 5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2조5000억엔을 들인 최첨단건물로 ‘일본의 펜타곤’으로 불린다. 지상 19층 지하 4층의 본청건물 지하에는 방위청과 육해공 자위대의 수뇌부가 작전을 지휘하는 중추기능이 들어 있다. 신중앙지휘시스템(NCCS)을 채택해 육해공 자위대의 보고 및 자료가 즉각 수뇌부에 전달되며 이 자료를 곧바로 총리관저나 관계기관에 보낼 수도 있다.

옥상에는 55인승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다. 정보기관이 들어있는 건물에는 220m의 통신탑이 설치돼 있다.

건물은 모두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설계됐고 동시통역시설을 갖춰 국제회의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도 있다. 신청사에서는 8개 방위관련기관 7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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