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우주개발 지원' 발표이후]입장 달라 실현 힘들듯

  • 입력 2000년 7월 21일 18시 50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정상 회담 직후 북한의 우주 개발 지원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미국이 20일 이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푸틴 대통령이 전한 북한의 입장과 미 국방부가 20일 밝힌 입장은 미사일 포기와 인공위성 발사 등 우주개발지원 문제에 대한 순서가 달라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에 따르면 북한은 평화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로켓 추진체 등을 외국에서 제공할 경우 미사일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선(先) 로켓 기술 지원, 후(後) 미사일 개발포기’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 등에 관련된 기술지원이 미사일 분야로 전용될 것을 우려, ‘선 미사일 개발 포기, 후 로켓 기술 지원 용의’라는 상반된 접근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가 20일 밝힌 내용도 사실상 북한의 우주개발 지원 용의 보다는 러시아가 제안한 대북 로켓관련 기술 이전을 반대한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인공위성 등을 러시아나 다른 국가의 로켓 발사시설을 이용해 우주궤도에 올려놓은 방안은 검토할 수 있지만 그같은 시설이나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은 군사적 전용의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의 미사일협상이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는 대가로 매년 10억달러씩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수출중단을 넘어 개발포기를 생각하는 것은 사실 ‘상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관심은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미사일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미사일 회담에서 우주개발지원을 대가로 한 미사일 개발포기 구상을 얼마든지 밝힐 수 있었는데도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불쑥 내민 것도 미국으로선 탐탁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단 오키나와 G8 정상회의 기간 중 빌 클린턴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통해 북한측 진의를 확인하는 등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구체적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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