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赤 200명 명단 통보]어떤 사람들인가?

  • 입력 2000년 7월 16일 23시 17분


16일 판문점을 통해 넘겨받은 북측의 이산가족 200명의 명단에는 ‘민족분단 반세기’의 역사와 한(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북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평균형은 ‘60대 경북 출신의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에 경북 출신의 남성이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17명(8.5%)에 불과해 남측 신청자 200명 가운데 여성이 53명(26.5%)을 차지한 것과 대조.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60대가 140명으로 가장 많다. 70대는 56명이고 80대는 4명. 남측의 경우 70세 이상이 162명(81.0%)으로 고령자가 대부분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월남자 가족에 대해서는 ‘냉대’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이번에 통보된 사람은 대부분 월북자로 그동안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는 계층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 신청자 200명 중에는 유명인사는 포함되지 않았고 주로 사회 각 부문의 중간 관리자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군 이리읍에서 출생한 리래성씨(68)는 이리시 사립화성학원 학생시절에 헤어진 130세 아버지 리삼룡씨와 124세 어머니 박귀남씨를 찾는다고 해 눈길.

북측 이산가족 신청자 200명 중 부모가 생존했으면 100세가 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리래성씨의 부모가 살아 있다면 최고령이 된다.

○…북측 이산가족방문단 후보명단에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 ‘훗어머니’ 등 남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호칭들이 나와 눈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내의 부모를 우리처럼 장인 장모로 부르기도 하지만 ‘가시아버지’와 ‘가시어머니’를 더 많이 사용하며 각종 공식문건에서도 ‘가시아버지’를 표준어로 쓰고 있다는 것이 통일부 관계자의 설명. ‘훗어머니’와 ‘훗아버지’는 계모와 계부를 지칭.

○…북측의 이산가족 200명 가운데에는 아내를 찾는 사람도 5명이나 있어 눈길.

상봉대상에 ‘안해’라고 표기한 이들은 처와 헤어진 이후 혼자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최필순씨(77)는 헤어진 아내 주모씨(76)를 찾는다고 소개. 그러나 아내가 남편을 찾는 케이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측 가족과 헤어질 당시의 직업이 대학생이었던 북측 이산가족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10여명이나 포함돼 있어 이들의 선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이중 전남 광양군 골약면 태인리 출생인 최병태씨(71)는 서울대 공과대를, 경북 달성군 가창면 용계동이 고향인 양원렬씨(69)는 문리대를 각각 다니다 가족과 헤어진 것으로 돼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은 한국전쟁 때 월북했거나 납북된 당시의 엘리트층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북한에서도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아 북측 당국이 선발과정에서 그만큼 배려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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