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北 은둔 벗고 세계로 나설까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북한은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과거의 은둔국이 아님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이는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질서에 편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폐쇄국가인 북한의 궁극적 변화여부를 놓고 낙관론과 회의론이 맞서고 있다. 과연 북한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식 개방으로 체제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북한의 개방에 대한 전망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4강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향후 대북한 관계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척도다.

먼저 낙관론자들은 북한이 거대한 변화와 개혁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관측한다. 한반도 문제전문가인 미국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는 15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 합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예고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추가 정상회담과 이를 보완할 실무급 회담 등 정례적인 남북간의 쌍방대화로 이어져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스칼라피노박사의 분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엘 위트는 “앞으로 (남북간에) 더 대담한 구상이 나올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낙관론자들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북한도 장거리 미사일문제 등을 협상으로 타결,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6·25전쟁 이후 취해온 대북한 경제제재를 곧 해제할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미사일 및 핵문제 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도 55년간 지속된 뿌리깊은 분단체제와 북한이 과거에도 합의한 것을 번복한 일이 많았다는 경험을 예로 들며 낙관론을 펴되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김정일위원장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가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경제지원을 받아내려고 일시적인 전술 변화를 꾀한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의 전 고위관리인 척 다운스는 “(북한이) 정말 추구하는 것은 군사력, 특히 장거리 미사일개발을 통해 새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정일의 전략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단서는 그가 북한 경제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군대를 감축시키려 노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정일의 기본 전략은 외국의 식량 및 물자 원조로 북한체제를 지탱하는 데 있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등 군사력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미 국방부 관리를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는 “김정일은 미국 선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판단, 남북한 정상회담에 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이같은 시각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 직전 김정일위원장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등 중국이 배후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미국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일종의 불안감’에 기인하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영훈기자>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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