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웃는 金正日 어떻게 봐야할지"

  • 입력 2000년 6월 15일 00시 08분


‘북한과 그 지도자 김정일의 참모습은 무엇인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북한에 대한 전례없는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다. TV를 통해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모습은 북한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큰 충격을 던져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것이 북한의 ‘참모습’이거나 ‘전체의 모습’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신중하고 차분하게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충격·심리적 혼란▼

가감없이 TV 생방송으로 펼쳐진 평양과 북한 주민, 그리고 김위원장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정신적 혼란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거나 상상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중고 교육현장에서는 교과서 및 교사의 교육내용과 ‘TV가 보여준 현실’이 상당부분 달라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지나 않을지 난감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기업 직원 김승모씨(31)는 13일 밤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북한과 김위원장의 ‘참모습’에 대해 논란을 벌였으나 김위원장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점도 있는 것 같다는 점외에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틀동안 TV를 시청했다는 강영석씨(39·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깨끗하게 정돈된 평양시내와 정상회담 내내 농담을 섞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 김위원장의 모습 등이 그동안 막연히 갖고 있던 생각과는 상당히 달랐다”고 말했다.

▼진단과 분석▼

시민들이 느끼는 ‘북한 충격’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단절’과 ‘반목’으로 인한 허상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북한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全宇鐸)박사는 “55년간 정치와 남북관계가 요동을 치면서 국민이 겉으로는 ‘북한은 우리 민족’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잠재적으로는 ‘우리의 적’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갖게 돼 이 두 의식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현실을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관동대 북한학과 정규섭(鄭圭燮)교수는 “한마디로 북한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하며 “이같은 이질감은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양쪽 모두 이번처럼 서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주 접촉해 나가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양운철(梁雲哲)연구위원은 “김정일이 신비에 싸여 있다가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허를 찔린 면이 있다”며 “북한에 대해 들뜨기 보다 신중하고 냉정한 자세로 북한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정리하고 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주고 받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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