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5개항 합의에 담긴뜻

  • 입력 2000년 6월 14일 23시 19분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온 듯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4대원칙은 남북 평화정착을 바탕으로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활발히 진행해 나갈 한민족의 새로운 진로임에 틀림없다.

특히 두 정상의 합의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실천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상회담 합의서는 크게 볼 때 김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및 관련당사국들 사이에 상호위협 감소와 호혜관계 구축을 이루기 위한 포괄적 접근을 다루고 있는 것.

합의사항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통일에 관한 문제가 포함된 것. 남북한간에 구체적인 통일방안이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통일을 향해 나간다는 입장만큼은 분명하게 합의한 것. 이는 북측이 준비접촉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주장한 ‘조국통일’ 문제를 발전적인 방향에서 접근하겠다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협력관계를 상징한다. 김국방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무대에 데뷔한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동국대 강성윤(姜聲允)교수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직접 남북대화에 나선 것은 일반 당국간 대화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며 “김국방위원장이 김일성(金日成)주석의 통일유훈을 성취함으로써 통일문제를 주도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같은 일들은 군사적인 대치관계인 남북간에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만 이룰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점을 인식한 것이 바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부분이다. 이는 남북간 군사분야에서 서로 우발적인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장하자는 것.

이같은 남북간 합의정신을 구체화하는 실천방안은 김대통령의 ‘베를린 선언’(3월9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비롯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의 확대,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남북당국간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상회담 합의서가 탄생한 요인은 북한측의 태도변화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김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왔던 점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 점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북한의 변화라는 큰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히 남북간의 경협과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 북한측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전격적으로 동의하고 나선 것은 비로소 남북이 동반자 관계로 들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나타낸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金대통령-金正日 회담만 '정상회담'으로 표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평양에서 잇따라 갖고 있는 각종 회담의 명칭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평양공동취재단’은 김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간의 회담에만 ‘정상회담’이란 용어를 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14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김대통령과 김영남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및 남북양측 공식수행원들이 참석한 회담은 ‘확대정상회담’이 아닌 ‘공식면담(만남)’으로 쓰기로 했다. 김영남위원장이 북한의 공식적인 국가원수(Head of State)이므로 정상회담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위원장과의 회담과 구별하기 위해 표현을 달리하기로 한 것.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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