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5대 의제]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큰 성과 중 하나로는 1000만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우선 과제와 의제로 여겨온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뜻밖에 긍정적으로 화답함으로써 실마리를 풀었다. 김위원장은 14일 2차 단독정상회담 벽두부터 “남측 TV를 통해 실향민들의 눈물을 잘 봤다”는 말로 이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줬다.

김위원장의 이런 전향적 자세는 어느 정도 예고된 측면도 있다. 이미 정상회담을 위한 1∼5차 준비접촉에서 북측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이 “정상회담에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크다”고 자신있게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두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한 당국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상봉사업’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큰 줄기는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우편물교환소 설치 교환 △왕래와 상봉 △자유의사에 의한 재결합의 순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장 추진할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남측이 그동안 끈질기게 요구해온 내용들을 전향적인 자세로 재검토해 가시화시키는 방향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월 100명씩 상봉 △월 1회 쌍방 300명씩 생사 및 주소확인을 위한 명단교환 △월 2회 우편물교환 △판문점 상봉면회소 설치 △쌍방 100명씩 고령 이산가족의 서울∼평양 방문단 순차교환 등을 요구했었다.

북측도 90년대 들어서는 해외 이산가족과의 편지 왕래와 상봉을 제한적이나마 확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부분은 빠른 진척이 예상된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이산가족문제가 남측에서는 ‘인도적’인 문제지만 북측으로서는 체제문제까지 얽힌 ‘정치적’사안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71년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99년 남북차관급회담까지 28년간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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