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영수회담후 與와 相生…정부와는 힘겨루기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지난달 여야 영수회담 이후 여야간 정쟁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한나라당과 정부가 직접 힘겨루기를 하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생(相生)의 정치’라는 영수회담 합의 이후 가급적 여야간 직접 대결을 회피하는 조류가 생겼기 때문.

하지만 그 배경에는 총선결과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이 여당보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를 상대로 국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한 대목은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남북경협 분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8일 정부의 비료 20만t 대북지원 방침에 대해 “모든 대북지원은 절차와 목적이 투명해야 하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며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한구(李漢久)정책실장도 “남북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중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라며 국회 동의절차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예년의 대북 비료지원 규모도 20만t 정도였다”면서 “비공개키로 남북이 합의한 실무접촉을 야당에만 설명해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입장차는 상호주의에 대한 정부와 야당의 시각차에도 기인한다. 한나라당은 ‘1대 1’ 주고받기식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반면 정부측은 주고받는 양과 시기가 꼭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축적 상호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비슷한 현상은 공적자금 조성 문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투신권 불안 등의 해소를 위해 30조∼40조원으로 예상되는 공적자금 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데 대해 “총선 전에는 ‘공적자금 조성이 불필요하다’고 하더니 왜 말을 바꿨느냐”며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총선 전에도 불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없고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관련자 문책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직접 힘겨루기 양상은 16대 국회 개원 이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지만 졸지에 뒤편으로 밀려난 여당의 대응도 관심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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