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포커스 이사람]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

  • 입력 2000년 5월 1일 18시 35분


‘4·13’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 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6일간의 일정으로 2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이고문은 방미기간 중 한민족 포럼 개막식 연설과 뉴욕증권거래소 및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방문 등 정치색이 배제된 행사에만 참석한다. 그래서인지 당 안팎에선 그의 방미를 총선 후의 의도적인 ‘몸 낮추기’로 보기도 한다.

주위에선 이고문의 향후 행보를 9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도전→당 대표 도전→차기대권 도전’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고문은 자신에 대한 영남권의 거부감과 취약한 당내 기반 등을 생각해 섣불리 나설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최고위원만 해도 당내 역학관계로 볼 때 1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충청권의 리더로서 입지를 굳히고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일각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아직은 독자적인 세력은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또 최근 급격히 세를 확대하고 있는 한화갑(韓和甲)의원과 차세대 주자임을 자임하는 김근태(金槿泰) 노무현(盧武鉉)의원 등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점도 부담이다.

더구나 97년 대선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영남권의 부정적인 정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때문에 그는 총선 후 차기 대권이나 최고위원 경선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끝나고 보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 표명으로 일관해 왔다.

그는 요즘 겉으론 당내 민주화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방미에서도 평소 주창해 온 ‘기초당원제’(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공직선거후보를 뽑는 제도)를 화두(話頭)삼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할 계획이다.

그는 “9월 전당대회는 기초당원제가 어느 정도 성숙돼 실질적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처럼 지구당위원장들이 이합집산하는 계보정치가 부활돼서는 안되며 정당도 서열과 전통적 가치만을 고집하지 않는, 일 중심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기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없이 한국정치는 그 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며 “기초당원제는 나의 정치적 비전”이라고 강조한다. 이고문의 이런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당내 지지기반의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그의 이런 주장과 행보가 현실정치의 파고를 얼마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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