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 앞둔 與野 체제개편 바람]민주당/한나라당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권력 지도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양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총선 이후 달라진 당내 세력 판세를 결정짓는 이벤트인데다 향후 대권구도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실세 및 중진의원들 간에 벌써부터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민주당 - 次期 주자는…▼

이번 총선 과정을 통해 여권의 세력 판도가 상당부분 변화함에 따라 민주당 내에선 권력지도 재편을 염두에 둔 ‘실력자’들 간 물밑 탐색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총선 이후 여권의 가장 큰 변화는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필수 축(軸)’의 하나로 등장한 점.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차기대권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 또한 여권 관계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

이 때문에 여권의 권력 재편은 당분간 “누가, 어떻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는 형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인제고문은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동교동계가 당의 실무를 이끌어가는 현재의 ‘대통령 직할 잠정체제’가 한동안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 그 명분으로 이고문 측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아직 세불리인 당내 현실을 감안해 시간을 벌면서 대세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

이고문 측은 “총선을 통해 당선자만 27명에 이르는 ‘계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이 실시되면 1위 득표가 여의치 않고, 이는 대권주자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 그러나 이고문의 이같은 전략은 야당의 5월 전당대회 방침 확정 이후 여당 내부 기류도 9월 전당대회 불가피 쪽으로 굳어짐에 따라 일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형편. 이고문이 기초당원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최고위원 경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민주당 내에서는 당장 최고위원 경선이 실시될 경우 한화갑(韓和甲)의원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일 만큼 한의원의 ‘실력’이 급성장한 상황. 이 때문에 한의원이 이번 경선과정에서 독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

여권 핵심에선 한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당내 기반을 굳혀야만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논리도 대두. 한 관계자는 “총선기간 중 한의원이 세를 확대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차기후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선택권을 갖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이를 실력으로 뒷받침할 독자세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

○…이런 정황 때문에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한의원은 이인제고문과 ‘경쟁관계’에 설 가능성이 큰 상황. 이고문 측에서는 여소야대의 국회운영을 감안할 때 한의원이 원내총무를 맡는 대신 최고위원에는 이고문과 권노갑고문이 동일 티켓으로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아이디어도 대두.

당내에선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고문과 한의원간의 향후 관계 설정도 관심사. 한의원은 “동교동계는 서열이 우선”이라며 권고문을 깍듯이 예우하나, 최근의 역학구도를 볼 때 향후 양자관계도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중론.

○…권노갑고문은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독자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한의원 측의 논리보다는 이고문 측의 ‘현 체제 유지론’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 권고문으로서는 경선 최고위원이 들어서면 동교동계 좌장으로서의 당내 영향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해도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김중권 행보-김근태 노무현 연대기류 등 변수 많아▼

민주당의 권력질서개편에는 동교동계 등 여권핵심부와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의 관계 외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적지 않다.

우선 영남출신인 김중권(金重權)전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가 관심사다. 김전실장은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광원(金光元)의원에게 19표차로 고배를 마셔 대법원에 당선무효소송을 낸 상태인데 본인은 재판결과를 낙관한다. 그가 기사회생할 경우 영남권의 대표주자로서 당내 위상이 강화돼 ‘9월의 최고위원 경선 도전→당대표 도전→차기대권주자 도전’ 등의 행로를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내 차세대주자로 꼽히는 김근태(金槿泰) 노무현(盧武鉉)의원의 연대기류도 권력재편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 두 사람은 총선 전 당권 등 주요현안을 둘러싼 공조와 함께 경쟁자인 이인제고문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따라서 김의원이 수도권, 노의원이 부산권을 중심으로 당내 개혁성향 인사들을 규합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내 30, 40대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과 ‘386 당선자’들이 최근 당과 국회 개혁을 위한 ‘개혁모임’결성을 논의하는 등 연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중 일부는 개혁적인 40대 재선그룹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독자세력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들이 독자세력을 구축하거나 당내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경우 계보정치에 의한 이합집산식 정치행태를 바꾸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의 권력재편과정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된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한나라당 - 黨權 향방은…▼

‘5·3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의 총재 부총재 경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당내 4선 이상 의원들을 주축으로 20여명이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특히 부총재 경선에 이처럼 많은 중진들이 ‘이름’을 걸치고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 원구성 전에 경선이 있기 때문. 내심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에 관심이 많은 중진들도 전당대회가 먼저 있는 만큼 부총재 경선에 ‘숟가락’을 얹고 보자는 식. 국회의장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6선의 김영구(金榮龜) 박관용(朴寬用)의원도 부총재 경선 후보군에서 빠질 수 없다는 자세.

부총재 경선후보가 난립하는 또 다른 이유는 ‘1인 다표제’의 도입 가능성 때문. 한나라당은 1일 ‘당헌 당규 개정 소위’ 1차회의를 열어 부총재 경선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한다. 총재 경선과는 달리 1인2표, 또는 1인3표제가 도입될 가능성 때문에 자신의 득표력과는 관계없이 부총재 후보들이 난립한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부총재 경선에서도 1인1표제가 도입될 경우 ‘허수(虛數)’들의 중도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

○…총재 경선은 누가 승리하느냐보다는 누가 2위를 차지하고, 어느 정도의 득표율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따라가느냐가 사실상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이회창 대세론’이 형성된 상황. 이미 총재 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삼재(姜三載)의원은 “신한국당 시절 두 번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지구당위원장과 당직자, 사무처관계자들의 인심을 잃지 않았다”며 2위를 자신.

조만간 총재 경선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金德龍)의원측은 ‘당내 최대 비주류 계파’를 자임하며 “적어도 은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주장. ‘수도권 차세대 주자’를 꿈꾸는 손학규(孫鶴圭)당선자는 아직 관망 중.

○…부총재 경선 후보군은 양정규(梁正圭) 최병렬(崔秉烈) 강창성(姜昌成)부총재, 김진재(金鎭載) 서청원(徐淸源) 서정화(徐廷和) 정창화(鄭昌和) 현경대(玄敬大) 강재섭(姜在涉) 신경식(辛卿植) 하순봉(河舜鳳) 박희태(朴熺太) 이상득(李相得) 목요상(睦堯相) 김태호(金泰鎬) 이부영(李富榮) 박근혜(朴槿惠) 김용갑(金容甲) 이해구(李海龜)의원과, 유준상(柳晙相)전의원이 후보군.

이들은 대부분 언론에서 거론하는 부총재 경선후보에 이름이 빠지면 “왜 뺐느냐”고 항의하나 지난달 30일 현재 부총재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사람은 강재섭 이부영 김용갑의원 등 3명뿐.

○…경선 부총재를 몇 명으로 할지를 둘러싼 주류 비주류간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 비주류측은 당헌상 12명까지 둘 수 있는 부총재 중 가급적 많은 사람을 경선으로 뽑아야 한다는 입장. 반면 이총재측은 경선 6명, 총재 지명 3명, 영입 부총재 몫으로 3석을 비워두기로 내부 의견을 정리. 지명 부총재는 홍사덕(洪思德)의원과 호남 여성 배려설이 유력.

○…이회창총재측은 당내 80% 안팎의 지지세를 구축했다며 부총재 경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피력. 강재섭의원 등 영남권 차기 주자를 노리는 후보가 이총재측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될 것이란 게 당내 관측. 이총재의 한 측근은 “압도적인 표 차의 총재 당선과 부총재 경선에서의 영향력 행사로 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은 명실상부한 ‘이회창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장담.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김덕룡씨등 비주류 "共助때 득실은…" 저울질 분주▼

‘5·3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맞서려는 비주류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총재 경선에 나설 뜻을 굳힌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최근 같은 뜻을 밝힌 강삼재(姜三載)의원을 비롯, 박근혜(朴槿惠)부총재 강재섭(姜在涉)의원 등과 접촉하며 공조가능성을 타진했다.

비주류 중진들은 ‘4·13’ 총선승리로 급류를 타고 있는 ‘이회창 대세론’을 인정한다. 특히 전당대회에 임하는 생각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비주류 중진들의 협력양상은 사안별로 느슨한 공조형태를 띠고 있다.

김덕룡 박근혜부총재 등이 27일 당무회의에서 ‘5·31’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한 것도 이같은 물밑논의의 결과. 한 비주류 중진측은 “앞으로 부총재 경선절차를 논의할 당헌 당규 개정소위원회에서 부총재단 합의제 관철 등도 공동으로 요구할 계획”이라며 “막판에 후보단일화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고 전했다.

비주류측은 득표전망도 꼭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주류 중진들의 막판 연대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요인도 없지 않다. 전당대회를 통해 ‘이회창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차기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이총재에 이은 당내 2인자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 때문. 이럴 경우 이들은 끝까지 표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총재경선 대신 부총재 경선을 택한 강재섭의원 등이 총재 경선 주자 일부와 제휴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일부 당권도전 주자들이 강력한 부총재 출마예상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물밑 기류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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