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첫 출마 두 후보 "지금까지 7억 썼다"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수도권의 대표적인 경합지에 처녀 출마한 A후보는 종종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정치를 해야하나”라는 회의에 빠지곤 한다.

지금까지 선거자금에 투입된 7억여원의 돈이 아까워서만은 아니다.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선거자금을 생각하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때문. “상대후보는 나보다 훨씬 돈을 많이 쓰는데…”라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왠지 꺼림칙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A후보는 ‘선거판은 돈잔치’라고 말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돈이 드는 대목은 뭐니뭐니해도 공 사조직 관리. 지구당의 기간조직 밑에 동책 투표구관리장을 따로 둬야 하고 지역유지들로 구성된 자문협의회와 각종 소모임에 선거비의 대부분이 투입된다. A후보는 돈을 달라고 아우성인 조직원들의 요구가 타당한 지를 검증하기 위해 선거전문가를 따로 영입했다.

A후보는 선관위 신고와 관련해 “계약서나 영수증상의 금액은 통상 실제 금액의 10분의1 정도”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또다른 고민이 있다. 박빙의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후보가 유권자들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현재 매표 가능한 유권자가 대략 2000여명 정도 된다는 보고도 받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돈 구하는게 주요일과"▼

수도권에 출마한 신진 B후보는 “300여명의 조직원 가동비로 하루 2000만∼3000만원은 족히 쓰는 것 같다”며 한숨을 토했다. 그는 “돈이 투입되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선거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처음 선배들이 ‘최소한 10억원은 든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 말했다.

별다른 재산이 없는 B후보는 돈 구하러 다니는 게 주요일과 중 하나. 친구들이 보내주는 단돈 100만원의 후원금도 아쉬운 판이다. 그래도 B후보는 운이 좋은 편. 자신의 지역이 초경합으로 분류돼 중앙당에서 전폭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 공식 지원금은 2억원이 넘는다.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몇몇 당직자가 ‘간접적’ 방법으로 지원해준 돈도 2억여원. 그럭저럭 4억원 이상의 돈이 중앙당으로부터 지원된 셈이다. 가족 친지와 동창들이 모아준 돈도 근 3억원에 이른다. “처음에는 막막하더니, 그래도 어떻게 되더라”는 얘기다. 정작 공식 후원회 수입금은 4000만원밖에 안됐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7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선거상황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B후보는 “3억원만 있으면 마지막 며칠 정말 유용하게 쓸 텐데”라며 돈걱정에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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