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람 모이는건 여론조사 성적順?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39분


“지지도가 곧 돈이다.”

여론조사에서 ‘우세’라고 판정돼야 ‘자금지원자’들이 따라붙는다는 건 선거판의 상식. 지난 15대 총선 때 여야를 통틀어 200명 가까이 인사치레를 했다는 한 대기업의 핵심간부는 “오너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후보들에게는 1000만원, 아니면 500만원씩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특히 공표된 조사 결과는 후보들의 주머니 사정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열세 중에서도 현격한 열세를 보이는 후보는 아예 기업 등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민주당의 정치신인은 “최근 후원해줄 기업인을 물색해봤지만 단 한 건 1000만원의 후원 약속을 받았을 뿐”이라며 “일부 기업인은 ‘여론조사 결과가 별로 좋지 않던데’라며 아예 만나기를 기피하더라”고 씁쓰레했다. 그는 “선배 정치인에게 상담했다가 우선 자력으로 여론조사 지지율을 경쟁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도와주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 공천 재배치 과정에서 뒤늦게 지역구를 옮긴 한 한나라당후보는 “지역구를 옮겼으니 당선이 가능하겠느냐며 피하던 친지들이 언론 여론조사에서 내가 박빙우세로 나오니까 다시 찾아와 소액이지만 후원금을 내놓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강세가 반드시 ‘돈강세’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서울 강남권의 한 한나라당 후보는 “상대를 너무 크게 앞서니까 으레 당선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오히려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차원의 자금배분도 마찬가지. 민주당의 경우 각 지역 후보들을 A B C급 세 단계로 분류, A급에 대해서는 법정선거비용(지역구별로 약 8000만원 내외) ‘이상’으로 최대한 자금을 지원하되, C급에 대해서는 등록비용(후보별 2000만원) 지원여부도 불투명하다. ‘상승세 경합’이거나 ‘박빙 우세’여야만 A급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아는 일부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가면서도 굳이 “박빙으로 해달라”고 엄살을 떨기도 한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