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선거기사 심의委 독소조항 20일 지나 알아

  • 입력 2000년 3월 1일 23시 11분


“사회감시 역할을 맡고 있는 언론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조차 제대로 몰랐다니….”

개정선거법 중 선거기사심의위 관련 조항 등 위헌소지가 있는 독소(毒素)조항이 포함돼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언론계 안팎에서는 자괴감이 깔린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출입기자들은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선거법에 선거기사심의위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몰랐었다.

또 지난달 25일 독소조항의 실행주체인 선거기사심의위가 “사과문 게재명령은 이미 91년 위헌판결이 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전까지 사과문 게재명령에 위헌소지가 숨어있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언론의 이같은 ‘직무유기’는 무엇보다 취재의 기본원칙인 팩트 챙기기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됐다.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언론은 온통 국회의원 선거구조정에만 눈이 팔려 선거법 조문을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처벌조항이 선거기사심의위 설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8조가 아니라 256조에 숨어있는 것도 간과한 이유중의 하나다.

지난해 11월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국회 선거법소위는 지난해 11월27일 ‘불공정 선거보도 언론인에 대한 1년간 업무정지’에 합의했으나 언론이 이를 포착한 것은 한달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후 언론의 문제제기로 삭제됐다.

유재천(劉載天)한림대교수는 “언론 또한 선거법이 국회에서 개정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독소조항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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