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반대 66명 공개파장]'중진 물갈이' 총선 話頭로

  • 입력 2000년 1월 24일 23시 56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총선을 겨냥한 DJ의 승부수 중의 하나가 됐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한 25일 시민단체들의 선거개입 움직임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입장과 시각을 이같이 정리했다.

여권의 뚜렷한 총선 승부카드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정국상황 속에서 대(對)국민 이미지 쇄신을 겨냥한 ‘여권 물갈이’가 불가피했던 만큼 김대통령이 의도한 결과였든 아니든, 절호의 시점에 이같은 흐름이 불거졌다는 얘기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을 적극 옹호하는 듯한 김대통령과 여권핵심부의 태도를 놓고 한나라당과 공동여당의 파트너인 자민련이 ‘DJ음모설’을 제기하고 나선 배경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내의 기류도 깊이 들여다보면 미묘한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측의 격앙된 공식반응과 달리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 측근은 이날 “‘중진 물갈이’는 시대의 요구”라고 시인했다.

실제 이총재 진영 내부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작은 일부 수도권 중진의원들을 물갈이하고 비주류측의 계파 지분 보장요구를 억누르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과 같은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제기돼 왔다.

이렇게 보면 정치권의 당혹감과 달리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오히려 총선 및 총선이후까지를 겨냥한 여야 핵심부의 ‘원모심려(遠謀沈慮)’와 맞아떨어지는 흐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YS측근 다수포함 변수

다만 한나라당으로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명단에 YS 측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시민단체의 ‘공천부적격자’ 지정만으로 이들을 공천에서 제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에 휘말릴 경우 궤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3당 중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충청권에서는 오히려 DJ와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총선득표에 결코 나쁘지 않다”며 민주당과의 대립구도를 부각시키는 계기로 삼을 태세다.

이럴 경우 공동여당의 공조문제는 또 한번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고 심한 경우 갈라서는 사태가 올 수도 있어 총선정국은 그만큼 혼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시민단체의 ‘부적격 후보 낙선운동’은 정치권의 ‘자정(自淨)능력’ 상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은 심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