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여야 사생결단…폭로공방 악취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언론대책문건’ 파문을 둘러싸고 여야는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문건파문 연루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나섰고 야당은 장외투쟁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여야의 이같은‘공방’은 여야 모두 진상규명보다는 당리당략적 이해관계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호기를 만났다고 판단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상황이 불리하면 할 수록 야당은 투쟁해야 한다’는 사고에 집착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회의 의사일정도 하루하루 땜질식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민생과 직결되는 국회 예결위 구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정치개혁이나 선거구제 협상 등도 마냥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도 협상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여야 일각에서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모적인 전투를 계속하기 보다는 적정선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여야 총재회담을 통한 포괄적 해결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이런 주장들은 공허하게 들리는 현실이다.》

▼與 "이회창총재 정보매수 배후"▼

이른바 ‘언론대책문건’파동을 “전형적인 정보매수”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민회의는 1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건 연루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직자들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물론 이총재까지도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공세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연루의혹은 철저히 밝히겠지만 이에 대한 처리는 정치적으로 한다는 것이 여권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조증인 채택 촉구]

국민회의의 이같은 방침은 옷로비사건 이후 여야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호기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너무 몰아붙일 경우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 당직자는 “우리는 세풍사건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자라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으면 공작정치를 하는 후배의원을 나무라야지 이용당해서 되겠느냐”며 이총재의 지도력과 책임의 문제를 동시에 거론했다.

이종찬부총재도 “이회창총재가 배후라는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총재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기자관계 밝혀라"]

황소웅(黃昭雄)부대변인도 ‘이총재가 직접 해명해야 할 의혹들’이란 논평을 통해 △이총재가 문건을 알게 된 시점과 경위 △정의원이 이기자에게 돈을 준 사실을 알게 된 시점 △이기자와의 관계 △이총재의 언론관 등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野 "사건본질 호도 또다른 공작"▼

한나라당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두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언론대책문건’파문에 대한 여권의 대응을 ‘야당 흠집내기’공작이라고 규정하고 장외집회 등 강경투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야당 흠집내기"규정]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날 의총에서 “여당은 줄곧 야당을 흠집내고 음해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 당의 정당한 국정조사 요구를 ‘정보매수’로 뒤집어씌우는 여권의 태도를 그대로 방관할 것인지, 아니면 분연히 투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신상발언에 나선 신경식(辛卿植)의원은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이도준(李到俊)기자에게 준 1000만원이 당비였다는 주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내가 분명히 밝힐 수 있다”고 정의원을 엄호했다.

[강력투쟁 결의]

정의원도 “이번 사건에 대해 나는 한 점 의혹이 없다”며 “앞으로 (여권의 대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 이 정권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수렁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김문수(金文洙) 권오을(權五乙) 이신범(李信範)의원도 잇따라 발언에 나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대규모 장외집회와 언론사 항의방문 등 강경투쟁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중앙당사에서 총재단 주요당직자 연석회의를 열어 “정의원이 이기자에게 1000만원을 준 문제가 나오면서 현 정권에서는 역으로 정치공작설을 흘리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력 대응을 결의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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