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여권 신당 관심끄는 4가지 현안

  • 입력 1999년 9월 14일 19시 07분


《여권의 신당창당추진위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21세기형 정당만들기’를 향한 돛을 올렸다. 하지만 ‘신당호’를 둘러싼 앞말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장영신(張英信)공동대표가 한나라당후원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이른바 국민회의 ‘실세(實勢)’들이 신당호를 좌지우지하는 듯한 징후가 가시화돼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장영신대표 자격시비▼

신당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장영신(張英信) 애경그룹회장이 한나라당 후원회 부회장직을 갖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여권을 또 한번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들은 14일 “후원회와 당적은 별개로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과거에 기업하는 사람이 여당 후원회를 하는 것은 관례였다”(이영일·李榮一대변인)는 등 공식적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장회장도 “80년대 초부터 여당 후원회에 가입해 왔다. 신당 발기인에 참여하자마자 이를 정리하기가 야속한 것 같아 다음달 쯤 정리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한나라당 후원회에 부회장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이 “장회장이 본인의 자유의사로 신당 발기인 공동대표를 맡았는지 의문”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여권 관계자들은 “시작부터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며 내심 당황스러워 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와 장회장은 “한나라당에 낸 후원금은 자유롭게 낸 것이 아니고 정해주는 대로 일정액을 낸 것”이라고 과거 여당 후원금의 ‘문제성’까지 거론하며 반격태세를 갖추는 등 시비확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창당추진위의 위상▼

신당창당추진위의 김민석(金民錫)대변인은 연일 “신당창당과 관련된 모든 것은 발기인 전체회의에서 투명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기업인과 유명음악가까지 영입한 추진위 역시 결국엔 또 하나의 ‘DJ당 만들기’를 포장하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이미 국민회의 안팎에서 만만치 않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12일 MBC TV에 출연,“현재 국민회의 의석이 105석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하면 최소한 120∼130석을 기준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신당이 주체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나 일부 김대통령의 ‘직계 실세’들이 신당공천이나 운영을 좌지우지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더욱이 한총장은 발기인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해체될 정당’의 사무총장일 뿐이다.

또 그동안 몇차례 열린 추진위 전체회의에서 정당창당의 핵심 이슈인 당권문제는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추진위는 사실상 ‘세입자(貰入者) 모임’일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아웃소싱 공천 논란▼

신당이 내년 16대 총선에서 ‘아웃소싱(외부발주)’ 공천방식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와 국민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아웃소싱 공천은 외부의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각 지역구 후보 예상자들의 지지도 등을 종합분석해 이를 공천에 활용하는 방안. 이 문제는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12일 MBC 토론프로그램에 참석해 “정치도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지구당 책임자를 선정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유력한 공천자를) 골라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신당의 아웃소싱 공천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한 관계자의 얘기. 국민회의의 한 핵심당직자는 “아웃소싱 공천은 당내의 엄정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후보자를 결정하면 당총재인 김대통령이 결재과정에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조사결과를 참고해 공천자를 최종 낙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웃소싱 공천이 자칫 김대통령의 ‘낙점식’ 공천을 강화하는데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영입파 의원은 “이 자료가 공천심사위 단계가 아니라 김대통령의 결재과정에서 이용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자금조달은 어떻게▼

여권의 신당창당추진위는 핵심적 현안 중 하나인 ‘재정문제’와 관련해 국민회의로부터 분리해 ‘독립채산제’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14일 입주한 서울 여의도 삼보빌딩의 사무실 임대료 보증금 1억3500만원도 국민회의에서 빌린 뒤 ‘차용증’을 써줬다.

이만섭(李萬燮)공동대표는 “추진위가 공식 발족하면 법적으로 후원회를 개최할 수 있어 창당 이전에 임대료 보증금을 갚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회의가 당초 추진위 발족시기를 다소 무리를 감수하면서까지 다음달 10일로 검토했던 것도 후원회 개최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후원회 개최 이전까지 들어가는 돈들은 신당창당추진위원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 갹출하겠다는 게 추진위측의 설명. 이에 따라 17일 연세대 상남기념관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는 워크숍 경비도 신당창당추진위원들이 1인당 10만원씩 내서 충당하기로 했다. 추진위가 이처럼 ‘재정독립’을 강조하는 것은 신당과 국민회의를 가능한 한 분리하고 창당과정에서 불거져나올 수도 있는 돈 관련 잡음을 없애기 위한 조치로 보이나, ‘눈가리고 아옹’식이 아니냐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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