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 문제점]건수 증가세…오·남용 논란

  • 입력 1999년 8월 11일 23시 38분


계좌추적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에 대한 여권의 방어논리는 크게 두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는 검찰의 계좌추적은 철저하게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 둘째는 수사기법상 연결되는 모든 계좌를 통장개설일부터 들여다봐야 돈 흐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주로 청와대와 여당에서, 후자는 검찰 등 사정당국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전자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을 지닌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법원의 영장발부를 비롯한 폭넓은 ‘비밀보장 예외규정’을 통해 정부기관의 계좌추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좌추적 권한의 ‘남용’여부다.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의원이 금융감독위원회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기관의 계좌추적 건수는 총 9만8925건으로 정권교체 이전인 97년의 6만7719건에 비해 4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11일 “과거정권과 달리 현정권에서는 계좌추적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정권에서 훨씬 더 빈번하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계좌추적 사실의 ‘통보유예’ 조항도 악용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금융실명거래법은 통보유예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사정당국은 관행적으로 거의 모든 계좌추적 사실을 최장 통보유예기간인 6개월 후에 통보한다는 것.

검찰은 이에 대해 “계좌추적 즉시 통보를 하게 되면 수사의 기본인 비밀유지가 지켜질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하나의 영장으로 연결되는 모든 계좌를 개설일로부터 살펴볼 수 있는 이른바 ‘포괄영장’도 문제다. 검찰은 “한 계좌의 시기를 제한해서 추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한 계좌마다 별도 영장 발부를 요청할 수도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포괄영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에서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마약 △공무원뇌물 △조직범죄 등으로 발부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사정당국이 계좌추적에서 드러난 야당 후원인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또다른 ‘정치적 문제’다. ‘저인망식’ 후원인 소환은 야당탄압 및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 공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