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갈등 새국면]내각제派 ‘새 둥지’ 틀까?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27분


자민련의 내각제 강경파 의원들이 독자행동을 위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어서 자민련의 내각제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다.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의 한 측근 의원은 6일 “당초 전당대회에서 자민련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서 신당창당 의사를 밝혔다.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던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여러 방법을 동원한 박태준(朴泰俊)총재측의 회유에 속속 무너져 전당대회 결전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충청권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영향력은 끝난 상태여서 어차피 독자행동이 불가피하다”면서 “신당을 만들면 보수색이 두드러진 이념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신당이 출범하면 내년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의원 20명)를 어렵지 않게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전수석부총재도 최근 한 사석에서 “자민련의 원외 지구당위원장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정치권에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땅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충청권 의원들이 김총리와 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총리의 견제가 강해져 창당 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

실제로 충청권 의원 26명 가운데 신당 창당을 포함한 독자행동 불사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의원은 6명 안팎. 대전의 강창희(姜昌熙) 이인구(李麟求) 김칠환(金七煥), 충남의 김용환 정일영(鄭一永) 이상만(李相晩)의원이 그들이다.

이 때문에 충청권 신당창당에 대한 여권 내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총리측은 “김총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충청권 의원들이 김총리와 등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의 일부 강경파들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면 공동여당의 합당 논의가 오히려 순조롭게 될 것”이라며 반기는 표정이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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