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침범 정부대응]여론에 밀려「실력행사」 급선회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7분


연 나흘째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지켜보며 ‘강력 대응’을 자제하던 군당국이 11일 또다시 인천 옹진군 연평도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경비정을 힘으로 밀어내는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여론의 압력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강력 대응’자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정부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1953년 이래 사실상 남북간 해상경계선으로 유지되어 왔던 NLL을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같이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NLL침범을 더이상 묵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는 즉각 차영구(車榮九)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구체화됐다. 그는 “군 수뇌부가 NSC 결정사항을 바탕으로 무장력으로 NLL을 사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이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이 12일 인천의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키로 돼 있어 이르면 12일 오후나 13일부터 북한경비정을 축출할 것이란 예상을 깨는 것이었다.

정부 입장이 이렇게 강경하게 바뀐 배경에는 북한이 53년 8월 설정된 NLL, 더 나아가서는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됐기 때문.

북한 경비정이 NLL 남쪽해상을 자기 집 안방처럼 수시로 드나드는데도 경고방송만 되풀이하면서 지켜보는건 사실상 우리 영해인 관할 수역을 북한에 넘겨주는 셈이라는 비판도 감안됐다.

특히 군 일각에선 NLL 남쪽해상에 1∼15㎞의 ‘완충구역’을 설정해 놓고 가능한 한 무력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우리측 작전계획이 노출되면서 북한이 이를 역이용하는데 강한 불만을 나타냈었다.

정부는 대북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남북차관급 회담(21일)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강경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강경대응쪽으로 돌아선 것은 무력도발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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