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중선거구제」 확정/3당 분위기]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17분


《여권이 중선거구제 당론을 확정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이 선거구제에 맞춰지고 있다. 소선거구제 당론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출신의원 등의 중선거구제 요구가 만만치 않아 고민 중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여야 협상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또 여권이 끝까지 밀어붙여 중선거구제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여야 3당은 득실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국민회의▼

국민회의는 중선거구제를 통해 ‘일석삼조(一石三鳥)’를 노리는 듯하다.

첫째가 국민회의로서는 영남권 진출 발판을 마련해 ‘호남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 소선거구제와 달리 3등을 해도 당선될 수 있는 만큼 영남에서도 유력자가 국민회의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상당수의 당선자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둘째, 자민련에는 수도권 진출의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내각제 문제 등과 관련한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다. 1구3인 선출의 중선거구제하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 1명씩 ‘연합공천’해 여권 후보를 2명만 내세우면 수도권에서도 자민련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핵심관계자는 “중선거구제로 바뀌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 국민회의가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되지만 내각제 문제를 우회하고 전국정당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마지막으로 중선거구제를 밀어붙이면 한나라당의 내분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중선거구제 동조자가 나올 경우 이에 따른 반사이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국민회의는 내다본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자민련▼

여권 수뇌부가 1구3인 중선거구제 도입에 합의해 졸지에 ‘비주류’로 전락한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이 6월 들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충청권 리더인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가 귀국하는 29일 이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이 모임에서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면서 당내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칠환(金七煥)의원은 26일 “의원총회에서 분명히 소선거구제를 당의 협상안으로 채택했는데 후속 절차 없이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인구(李麟求)부총재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충청권 의원들의 소선거구제 주장을 감안해 최종 결론을 유보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6·3’ 재선거가 끝난 뒤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개혁법안의 국회 심의과정에서 자민련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권의 K의원은 “아무리 당 수뇌부가 강권해도 나는 중선거구제에 반대할 것”이라며 “국민회의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아 국회가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한나라당▼

공동여당이 1구3인의 중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당론 결정을 미루면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소속 의원들이 소선거구제 고수파와 중선거구제 선호파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당론 결정을 시도했다가는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서울 송파갑 재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에 사실상 당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여권의 움직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개혁안 마련이 긴급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당지도부는 26일 긴급의원총회에서 선거구제 변경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말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당 정치개혁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소선거구제 유지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반대의사를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대신 공동여당의 선거제도 변경안이 당리당략에 따른 졸속안이라며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1개 선거구에서 3인을 선출하면 선거비용이 3배 이상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돈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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