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여권기류]불거지는 2與 합당론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25분


자민련과의 합당 추진논의가 여권 내부에서 다시 불거지면서 5월로 예정됐던 국민회의 전당대회 연기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선(先)합당’ 및 ‘후(後)전당대회’ 주장과 5월 강행론이 엇갈려 아직은 뚜렷한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자민련측은 “합당추진론이 내각제개헌을 흐지부지시키려는 음모”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비주류진영은 은근히 합당과 같은 대규모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합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비추고 있는 등 정국이 갈수록 미로(迷路)에 빠져드는 것 같은 상황이다.

○…자민련과의 합당론은 청와대 일부와 국민회의 동교동계, 여권내 영남권 출신인사를 중심으로 나온다. 영남권 출신의 한 유력인사는 11일 “자민련과의 합당과 한나라당 내 건전세력과의 연대가 전제돼야 나라를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다”면서 전당대회를 2∼3개월 늦추더라도 그런 방향의 정계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국민회의 동교동계의 호남출신 의원들도 “당사무처로부터 4월까지 지구당개편대회를 끝내라는 공문을 받았으나 향후 정국의 추이를 지켜본 뒤 천천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맏형격인 권노갑(權魯甲)고문도 전당대회 개최시기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당지도부는 내각제문제 등 정국현안을 푸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일단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대행과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5월 전당대회 개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특별히 연기하거나 앞당길만한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5월 전당대회 개최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자민련과의 합당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당대회 연기론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면서도 합당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한 관계자는 “자민련과의 합당은 여권이 바라는 바”라면서 “문제는 자민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민련은 이날 국민회의 일각의 내각제 연기 및 합당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충남 연기에서 열린 지구당단합대회 치사를 통해 연내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양당 합당론에 대해 “그런 얘기는 아예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면서 무시했다.

이같은 결의를 다지듯 이날 대회에 충청권 의원 10여명이 참석해 내각제 홍보 활동을 벌였다.

이인구(李麟求)부총재는 연설에서 “충청인들이 미지근해서 엉뚱한 소리가 나오는데 화끈하게 한번 붙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 역시 측근을 통해 “대통령과 총리 두 분이 해결하기로 했는데 주변에서 자꾸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박준병(朴俊炳)사무총장은 “국민회의 사람들이 한두 번도 아니고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각제 연기니 합당이니 하는 말은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여권의 체제개편과 관련해 한나라당내 비주류 일각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최근 여권핵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비주류의 한 인사는 “양당이 내각제개헌을 둘러싼 분란을 봉합하고 한지붕아래로 들어가는 정계개편을 도모할 경우 한나라당내 비주류측에서도 적지 않은 세력의 동조가 있을 것”이라고 양당 합당요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여권이 합당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비주류가 내각제개헌 논의를 매개로 집단행동을 벌여 김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압력성’ 메시지도 여권핵심부에 함께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력으로 이회창(李會昌)체제의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비주류로서는 여권의 체제개편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지 않고 이를 이용,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양기대기자·연기〓송인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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