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취임1년]與野 갈등, 서로 손놓고 『네탓』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8분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특히 내정문제는 어느 분야도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선 정국운영의 중추적 기능을 해야 할 여야관계부터 장기적 교착상태를 벗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여야는 지난 1년동안 소모적 대립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한 날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여여, 즉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내각제 갈등이다. 그동안 내연(內燃)의 수준으로 잠복해있던 갈등은 이제 가시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권력상층부와 기성관료층 사이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불신과 갈등마저 표면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민생에 주름살이 더해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기존의 발상법이나 접근방식으로는 정치적 환경을 호전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국운영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처방을 찾기 위해 직시해야 할 정국현안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본다.》

여야관계가 점점 꼬여들고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계속된 여야간 교착상태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며 정국정상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국복원을 위한 매듭풀기 작업은 한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원론적인 얘기”라며 여권의 정계개편 의도에 대한 의심암귀(疑心暗鬼)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야당의 관리는 야당책임”이라는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 분열 의도”라며 비난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국민회의도 강경자세다.

국민회의는 “자연발생적인 정계변화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국민 앞에서 약속을 했으면 됐지 각서를 쓰란 말이냐”며 흥분했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이 24일 내외신기자회견에서 진전된 언급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도 정계개편 관련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여야간 평행선 대립의 바탕에 상호불신감과 서로 다른 정치공학적 계산법이 깔려 있다는 데 있다. 김대통령과 여권은 한나라당의 강경자세를 “비주류 이탈을 막기 위한 내부단합용”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야당의 반발무마용일 뿐 야당파괴전략의 포기는 아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정계개편문제에 대해 여권에서 “야당의원이 제 발로 걸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지 않느냐”는 엇갈리는 언급까지 튀어나와 야당의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권 지도부간의 조율부재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5월 국민회의 전당대회까지는 대치국면을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여야총재회담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야당의 활로모색을 위해서는 중기적으로는 5월까지, 장기적으로는 내년 총선까지 대치국면을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정국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가 대화채널의 부재라는 지적도 많다. 현재 여야간에는 총장―총무의 공식 접촉라인을 제외하고는 막후채널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는 형편. 따라서 사전조율기능이 전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청와대의 친위조직을 연상케 하는 여당의 경직된 구조와 온건론이 발붙이기 어려운 야당의 분위기도 정국경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야당의 강경 분위기는 21일 김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한나라당 내에서는 “진일보한 성의있는 발언”이란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일의 총재단회의 등에서는 “야당관리는 야당의 책임”이란 발언만 문제삼아 스스로의 발목을 강경쪽으로 묶었다.

결국 여야 모두 자기문법으로만 상대를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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