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내각제 동시거론]최종담판 아직 안이뤄진듯

  • 입력 1999년 1월 31일 19시 3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1일 내각제개헌 연기를 자민련과 논의했음을 처음으로 공언해 내각제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김대통령은 세계일보 창간 기념회견을 통해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내각제의 쟁점에 대해 비교적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30일 입을 다시 열어 1일 회동하는 두 사람간의 내각제 조율여부가 관심사로 재등장했다.

김대통령의 발언내용은 △개헌은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자민련지도부와 논의했지만 현시점이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며 △자민련과의 합당은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골간이다. 국민회의의 전국정당화 추진 의지도 거듭 밝혔다.

물론 김대통령의 언급은 그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자민련지도부’가 김총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것이 박태준(朴泰俊)총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의미가 반감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대통령이 김총리가 아닌 박총재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또 개헌연기에 대한 성과를 거뒀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상황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즉 김총리의 입장이 강경일변도인 자민련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청와대의 시각은 ‘최소한 두 사람이 개헌연기문제가 심도있게 논의한 것은 분명하며 일부 진전도 있었던 것 같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김총리의 30일 대구발언에 이와 상치되는 대목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김총리도 김대통령과 내각제를 논의했고 공론화연기에도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개헌연기에 대해서는 아직 심중의 변화가 읽혀지지 않는다. 김총리는 “더 이상 가타부타 얘기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약속됐다. 대통령께서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총리 발언에 담긴 또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국민회의가 구상중인 ‘2여(與)합당론’이나 ‘TK(대구 경북)연합론’에 대해 강한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내각제무산’의 ‘노림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합당이나 지역연합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김총리의 이같은 태도로 김대통령의 원대한 정계개편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두 사람이 내각제문제의 핵심인 개헌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담판을 남겨놓고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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