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규제개혁 반대 용납 못해』 경고

  • 입력 1999년 1월 9일 08시 4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일 변질된 규제개혁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야 의원들에 대한 경고와 함께 로비의 주역인 정부 일부 부처와 각종 이익단체를 겨냥한 것이다.

전체 규제의 49%인 5천4백28건을 폐지키로 한 규제개혁 실적은 김대통령의 의지 없이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일부 부처와 이익단체들의 맹렬한 로비로 상당수 법안이 개혁의 알맹이가 빠진 채 통과됐다.

7일 폐회된 임시국회때까지 처리된 규제개혁 법안 2백68건 중 취지와 다르게 변질된 법안은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47건.

김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관계장관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정한 법안의 재의(再議)요구안을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이를 국회로 보낼 예정이다. 헌법 53조는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국회에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거부권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이상 찬성으로 원안을 통과시키면 법안은 그대로 확정되지만 그 가능성은 현 정치구조상 전무하다.

그러나 규제개혁위는 이미 법률공포 절차가 끝난 국민체육진흥법과 학원설립운영법 등 30건의 변질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 적당한 시기에 재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거부권은 6공시절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에 대해 행사한 이후 사용된 적이 없다.

한편 여당 의원들이 야당의 저지를 뚫고 변칙처리한 법안 중 일부에 대해 여당 총재인 김대통령이 거부권를 행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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