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왜 이러나?/전문가 의견]

  • 입력 1999년 1월 8일 19시 33분


《우리정치가 왜 이런가. 여야가 연 사흘째 국회에서 격돌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의 입에서는 이런 자탄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정권교체후 정치권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립과 반목이 계속됐다. 원인은 여러 시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권교체의 후유증이라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미숙한 운영으로 정국안정을 이루지 못했고 야당은 정권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건전야당’으로 거듭나는 데 실패했다. 거시적으로는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의 전환과 그 과정이 여야를 자극했다. 또 ‘3김(金)정치’의 종식은 정치권의 리더십공백을 불러왔다. 여야의원들의 16대총선을 앞둔 공천노이로제와 집단대결의식도 한몫했다. 난파직전에 처한 정치현실의 원인을 진단해본다.》

정치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여야간 물리적 극한대치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정치지도자 모두의 지도력 부재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남대 심지연(沈之淵·정치외교학)교수는 “이번 날치기사태는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당 실세들의 정치지도력 부재와 야당총재의 리더십이 취약한데서 비롯됐다”며 “특히 집권세력이 지나치게 권력의 편의위주로 정치를 풀어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수는 “국민회의가 원내에서 1당이 되지 못한 불안감 때문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야당을 분열시키는 정계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략적 목적으로민주적절차를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권만학(權萬學·정치외교학)교수는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국회 안에서의 토론과 표결로 해결하는 ‘표준행동절차’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교수는 “시급한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면 여당은 강제적 수단이 아닌 여론에 의한 정치적 압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적 압력에 의해 민주적 절차가 강제력을 갖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 “여당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나오기보다는 대범한 태도로 야당과 대화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여권이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러한 방식은 더욱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