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정치/미리보는 정국]「주머니속의 송곳」내각제개헌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정치적 측면에서 98년이 ‘정권교체와 개혁의 해’였다면 99년은 ‘내각제와 정계개편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내각제개헌논의는 ‘DJP단일화’합의로 예고됐던 일이나 예측불허의 폭발성을 안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헌연기론’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신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두사람은 이미 정권교체 1주년인 지난해 12월18일 잔칫상 앞에서 전초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경제청문회 임시국회 등 계류현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개헌에 대한 최종 입장조율을 시도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담판이 쉽게 결론날 것 같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반쪽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해 못내 아쉬워 하고 있고 김총리 또한 내각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담판은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현시점에서 이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협상이 결렬되고 김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헌을 연기하는 경우다. 이때 최악의 상황은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결별과 ‘DJP공동정권’의 붕괴다.

둘째는 김대통령이 합의대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셋째는 절충에 의한 새로운 합의의 도출이다.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합의하에 개헌을 당분간 연기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1년정도 연기하자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자민련은 ‘연기〓개헌무산’이라는 입장이다. 16대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잔여임기가 고스란히 남은 상황에서 개헌에 동조하겠느냐는 것이다.

내각제의 형태변화나 두 사람의 위상조정을 통한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개헌후 김대통령이 실질적 권력수반인 총리를 맡는 방안이나 순수내각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로 전환해 두 사람이 비슷한 비중으로 권력을 양분하는 것 등이다. 실현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아예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각제개헌문제는 이처럼 단순한 도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태도가 관건이다.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연내개헌을 추진한다해도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국회통과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이총재도 내각제수용시사발언을 해 주목되고 있다. 이총재도 내각제가 권력에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판단이 설 경우 선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가에서는 내각제에 대한 김총리의 결심이 어느 정도냐도 변수라는 견해다. 민자당최고위원시절 14대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반(反)YS’진영에 섰다가 막판에 돌아서버린 ‘전과(前科)’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각제개헌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린 현안이 정계개편이다. 현 공동정권이 개헌에 성공하려면 국회내에서 동조세력을 더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나 정계개편의 성격과 규모는 개헌불발을 전제로 할 때 더욱 크게 달라진다. 김대통령은 개헌연기를 위한 ‘대세몰이’를 위해 국민회의의 몸집을 불리려 할 수도 있다. 더욱이 김총리와의 결별을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한나라당내 대구 경북(TK)세력이나 민주계 등 비주류일 수도 있고 이회창총재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배제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김대통령과 헤어진 김총리가 TK세력 등 다른 세력과 손잡고 ‘반(反)DJ’투쟁 및 내각제개헌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국민회의는 ‘원내 제1당’을 우선과제로 삼아 의원영입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명분은 ‘안정적 원내의석확보’지만 그 잠재력 때문에 정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월의 전당대회에서 당의 간판을 새로 내걸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전에 나왔다.

이렇듯 하나만으로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내각제개헌과 정계개편이라는 거대한 두 축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올해 벽두부터 거대한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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