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국회]회의 한번에 66만원씩 받은 셈

  • 입력 1998년 12월 25일 21시 10분


우리 국회의 생산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올해 국회는 12차례 임시회를 포함해 모두 13차례 열렸다.

회기는 3백9일로 거의 1년내내 국회의 문이 열려있었던 셈이나 실제 본회의가 열린 날은 57일에 불과했다.

특히 5월과 6월, 9월초 세 차례의 임시국회는 여야간 정쟁으로 본회의 개회가 무산되는 등 공전사태를 빚었다.

본회의가 열린 날은 57일이지만 실제 회의시간을 따져보면 5차례의 임시국회는 회기당 본회의 시간이 10시간도 안된다.

4월 임시국회는 이틀동안 1시간35분, 1월 임시국회는 이틀동안 3시간33분, 3월 임시국회는 이틀동안 4시간43분, 2월 임시국회는 8일동안 4시간50분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이 의사일정을 확정하거나 상대당 비난을 위한 의사진행발언 5분자유발언으로 채워져 실제 법안 통과과정에서 토론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올해 국회 예산 1천5백88억원은 거의 전액 집행됐고 의원 세비도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의원 1인당 월평균 세비는 5백98만8천원.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 2백25만1천원에다 △상여금 67만5천원 △입법활동비 1백80만원 △특별활동비 30만원 △복리후생비 96만2천원 등이다.

한달에 본회의가 5차례, 상임위 회의가 4차례 정도 열린 점을 감안하면 회의 한 번 참석하고 66만원을 받은 꼴이다.

뿐만 아니라 우편료 전화료 등 사무실유지비와 차량유지비 2백27만원에 의원보좌진 5명(4,5,6,7,9급)의 인건비 1천34만원까지 합치면 의원 1명을 위해 한 달에 총 1천8백59만8천원이 지급됐다.

이처럼 국회의원 세비를 포함해 올해 국회 예산중 순수하게 의원들의 입법활동지원을 위해 쓰여진 예산은 국회차원의 각종 기념행사나 청사관리비용 등을 제외한 1천1백억원에 이른다.

반면 올해 국회가 한 일은 법안 2백56건을 포함해 △동의안 55건 △건의안 3건 △결의안 33건 △중요동의 25건 △규칙안 2건 △윤리심사 7건 등 모두 3백85건의 안건을 처리한데 불과하다. 이중 자동폐기되거나 철회된 법안을 뺀 실제 처리법안은 2백9건이다.

국회의 기능이 꼭 법안처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입법기능이 본연의 기능이라고 할 때 법안 2백9건을 처리하는데 1천1백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법안 1건 생산에 5억2천6백만원이라는 ‘고비용’이 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올들어 의원발의 법안이 늘어나는 등 입법활동이 활성화되었다는 점.

올들어 의원발의 법안은 2백20건으로 정부제출법안 2백96건에 육박했다. 의원 발의법안이 연평균 80건에 그쳤던 14대 국회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정책실장은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입법활동실적에 따라 세비를 차등지급하거나 국회의원보좌진 및 국회사무처의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국회예산을 집중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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