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개편 파동 진정…TK의원들 당직 수락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한나라당의 당직개편 파동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부총재단 인선과 당직개편에 불만을 품고 당직수락 유보 결의를 했던 대구 경북(TK)지역 출신 의원들은 2일 낮 모임을 갖고 당직을 수락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상득(李相得) 강재섭(姜在涉)의원 등 TK출신 의원 12명은 이날 모임에서 “총풍사건 등으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분이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직 수락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일 임명장 수여식에 불참했던 이상득정책위의장 김광원(金光元)사무부총장 주진우(朱鎭旴)청년위원장 이해봉(李海鳳)행정자치위원장 등 4명도 금명간 임명장을 받을 예정이다.

또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간의 힘겨루기도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의 정치적 신의에 결정적 금이 갔기 때문에 공조체제를 복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당직파동에 따른 이총재와 김전부총재의 손익계산이 엇갈리는 점도 두사람의 공조 복원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초반에는 김전부총재가 공세를 취했으나 이총재가 재빨리 수습에 성공함으로써 겉보기에는 이총재가 판정승을 거둔 양상이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하다.

김전부총재는 부총재단 인선과정에서 자신이 홀대받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TK의원들의 당직수락 유보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세 과시에 성공했다. TK정서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당직수락 유보 결정에도 불구하고 안택수(安澤秀)대변인 등 3명이 단체행동에서 이탈, 1일 임명장을 받음으로써 김전부총재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김전부총재가 이총재와 완전결별하고 ‘TK신당’이나 ‘TK 독자세력화’를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번 파동을 지켜본 당내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김전부총재가 죄어오는 사정(司正)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이총재에게 반기를 들고 여권에 추파를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김전부총재에게는 부담이다.

이총재는 김전부총재와의 ‘주류연대’가 와해됐지만 TK의원에 대한 각개격파식 설득에 성공, 김전부총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TK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직인선 과정에서 계파 및 지역간 이해조정에 실패, 정치력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총재로서는 당내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한편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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