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委 정책질의 결산]재탕-민원발언만 넘쳐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예산과 결산을 심사하는 예결위회의장인지, 아니면 제2차 대정부질문장인지….”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5일 총 85조7천9백억원규모의 새해예산안에 대한 3일간의 정책질의를 마쳤으나 정치공세와 몰아치기식 질의 등 구태가 반복됐다.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중복

예결특위는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심사와 새해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위해 구성된 국회 내 특별위원회.

그러나 의원들은 정책질의를 하면서 예산과 결산안에 대한 지적보다는 정치적 질문에 치중해 사실상 국감 직후 본회의에서 했던 대정부질문을 단지 장소만 예결위장으로 옮겨서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정치적 질문은 아무래도 ‘야당몫’인 만큼 올해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치공세를 주도했다. 이신범(李信範)의원은 결산심사 예산심사를 가리지 않고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의 실무주역인 장석중(張錫重)씨와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과의 관계 △북한핵시설 의혹 △금강산관광사업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김영선(金映宣)의원도 감청대장 제출여부 등을 놓고 밤늦게까지 정부측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원래 정치적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올해 예결특위는 과거에 비하면 정치공세가 크게 줄어든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국회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편일률적 질의내용

예산이나 결산과 관련된 질문이라도 ‘메뉴’가 천편일률적인데다 구체적인 각론이 부족했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특히 △세입추계에서 간접세비중을 줄여야 하는 문제 △내년도 세수추계의 기준으로 삼은 2%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의 문제점 △지방재정개선책 △과세특례제도의 개선 △실업예산 등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예외없이 다룰 정도로 ‘인기메뉴’였다.

이처럼 무난하고 포괄적인 질의는 풍성했지만 실제로 예산편성의 허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송곳질의는 거의 없었다.

오랜 공백 끝에 국회에 복귀한 국민회의 노무현(盧武鉉)의원은 25일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오랜만에 국회에 들어와보니 몇년 전에 지적됐던 문제가 올해도 똑같이 지적되는 점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민원성 질의

상임위에서 처리된 예산안을 마지막으로 다루는 예결특위인 만큼 지역구표를 의식한 의원들의 민원성 발언이 난무했다.

농어촌출신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농어촌에 대한 정책자금금리를 6.5%에서 5%로 인하하고 농어촌특별세 폐지방침을 유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와 연결되는 도로건설과 철도사업, 지역구 숙원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정부측을 상대로 예산반영을 촉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예결특위가 의원들의 ‘홍보장’으로 전락해 질의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부측의 답변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회의를 끝내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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