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黨대표연설 비교]對北정책 3色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06분


한나라당 조순(趙淳)명예총재,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12일 국회 정당대표연설에서 예외없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상징되는 ‘국난’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세사람은 공통적으로 정치권의 ‘자기반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원인과 처방, 전망 등에 대해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먼저 그 원인에 대해 조명예총재는 거시정책의 실패 등 현정권의 ‘실정(失政)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조대행과 박총재는 현재의 위기가 야당에 있으며 현정권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넘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처방에 대해서도 조명예총재가 대기업빅딜과 은행퇴출 등 구조조정과정에서의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비판한 데 대해 조대행과 박총재는 자율적인 조정실패시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반론을 폈다.

여야의 인식차이는 경제전망에서 두드러졌다. 조대행과 박총재는 “한줄기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비전제시에 비중을 뒀다. 조명예총재는 “이 정권이 또 낙관론을 편다면 지난 여러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통합방안에 관해서도 조명예총재는 현정권의 지역편중인사와 포용력없는 정치가 동서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행과 박총재는 ‘정쟁중단’‘초당적 국정협조’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정치권사정(司正)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치열했다. 조대행과 박총재는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지속적인 사정에 주안점을 뒀지만 조명예총재는 ‘보복성 사정’으로 규정하며 ‘과거 중심의 사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정권의 대북유화정책에 대해서는 ‘3당3색’이었다. 조대행은 금강산관광사업으로 촉발된 남북교류가 활성화된다면 평화지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명예총재는 “햇볕론이 북측의 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킬 이유가 없다”며 특히 대북투자의 타당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총재는 ‘햇볕’과 ‘바람’의 이중적 대응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법개정 등 정치개혁을 바라보는 세사람의 관점은 동일했다. 그러나 권력구조개편에 대해 박총재가 내각제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한 반면 조명예총재는 ‘충분한 논의’를 강조했고 조대행은 아예 언급을 회피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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