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고받기 선거법협상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여야의 선거법 개정협상이 얼마간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졸속과 ‘주고받기’식 흥정, 기득권 수호를 위한 야합이 적지 않다. 그나마 핵심쟁점은 당리당략에 얽혀 타결하지 못한 채 시일만 끌다가 8일 재소집되는 임시국회로 처리를 넘겼다. 국회개혁에 관한 논의에는 착수하지도 못했다.

여야가 지방의원 정수를 광역의회 기초의회 모두 25% 가량씩 감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미흡하지만 그런대로 평가할 만하다. 현수막과 합동연설회 및 옥외 정당연설회를 없애고 옥내 정당연설회를 줄이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후보자 등의 축의금 부의금 기부와 주례 금지도 취지는 좋다. 그러나 축의금 부의금을 보좌관이나 후원자를 통해 내면 어떻게 할 것이며 후보예정자조차 4년 동안 주례를 못하게 한다는 합의는 어떻게 실효성을 확보할 것인가. 자치단체장 후보자가 20%(현행 10%)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한다는 합의는 신인의 정치참여를 어렵게 하고 주요 정당의 ‘텃밭’에서는 사실상 단독출마를 강요할 우려가 있다.

위헌시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자치단체장의 임기중 출마제한에 합의한 것은 의원 경쟁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당내 사정 때문에 합의한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사퇴시한 단축도 형평성과 소급적용 논란을 빚고 있다. 선거연령 인하나 기초단체장 임명 제안은 관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주고받기’용(用)이었다는 인상이 짙다.

지방의원 선거구제 또한 여야가 일괄타결용 ‘주고받기’카드로 쓰는 바람에 아직 타결되지 못했다. 소선거구제나 중선거구제나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으므로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다만 지역대표성이 더 요구되는 지방의원을 중선거구제로 뽑고, 덜 요구되는 국회의원을 소선거구제로 선출한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미타결 쟁점 가운데 연합공천도 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선거관여 허용여부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독자후보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정당마저 침묵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게다가 향후 정치에서는 연합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조정과 선거구제를 포함한 국회개혁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논의할 모양이다. 줄곧 방치하다가 막판에 적당히 지나쳐 버리려 하지는 않을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곧협의에착수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의원들끼리만 주거니 받거니 하지 말고 민간을 비중있게 참여시켜 초당적이고 객관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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