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공작 파문]회의 미루며 黨별로 대책 숙의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안기부의 ‘북풍(北風)’문건과 정치권의 대북접촉의혹을 다루기 위해 20일 열린 국회 정보위는 시종일관 살얼음판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초 여야는 18일의 정보위 회의 직후 한결같이 북풍 문건의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파문이 더이상 확산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일 하루 동안 문건내용을 심도있게 검토한 의원들은 그냥 덮자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오전10시에 열기로 한 이날 회의가 오후2시로 미뤄진 것도 정보위 위원들이 당별로 지도부와 대책을 숙의하는 등 처리방향을 놓고 내부 진통이 거듭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의 정보위소속 의원들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 문건내용이 의외로 심각하며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북풍문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기류가 급변한 데는 북풍 문건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미확인첩보까지 포함돼 있었던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문건에는 대선 당시 김후보가 구속된 윤홍준(尹泓俊)씨에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김정일(金正日)과 극비회담을 하기 위해 조선족의 집을 20만달러에 빌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인지 이날 정보위 회의에서 한나라당 김도언(金道彦) 최병렬(崔秉烈)의원 등은 “북풍문건에 등장하는 신여권 인사들의 대북연루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여권에서는 북풍문제가 마치 정재문(鄭在文)의원 사건 등 구여권만의 문제인 것으로 집중 부각시켰으나 문건내용을 보면 대선 당시 국민회의측 인사들이 북한과 접촉했다는 내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문건이 변조됐다는 말이 있는데 유독 국민회의측 인사가 거론된 부분에 대해 변조주장을 하는 근거를 대라”고 다그쳤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의원은 방송뉴스에 ‘흑금성’이 ‘이명박(李明博)전의원은 아무런 할 말이 없을 것이다’라고 보도된 대목을 따졌다. 이의원은 “이전의원이 지난해 8월 금강산개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당국에서 북한과 협의하는 문제를 한국정부와 의논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이라며 이전의원을 대신해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 한화갑(韓和甲)의원 등은 “문건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라며 문건을 유출한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 해외조사실장이 문건내용을 조작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답변에 나선 이종찬안기부장은 “문건내용에 대해서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조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사안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조사를 종결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부장은 또 “문건중 일부는 내용이 추가됐거나 변조된 것으로 보이며 일부 문서는 파기된 사실이 산발적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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