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초읽기]與野 화해기류…인준문제는 『不動』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국회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여야간에 높은 벽을 쌓고 있던 장애물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는 12일 정치현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분리처리하자는 이른바 ‘정경분리’의 큰 걸림돌이었던 자신의 예결위출석문제에 대해 고리를 풀었다. 김총리서리가 재경부장관의 예결위 답변을 용인한 것은 한나라당이 자신에게 넘긴 ‘분리처리’라는 공을 받지 않을 경우 정국경색의 책임을 혼자 떠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은 분명하다.

김총리서리의 결심으로 추경안의 국회심의는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여야는 중진협의체 구성을 통해 총리인준문제 북풍국정조사 경제청문회 공직사퇴시한단축 등 현안을 일괄타결한다는 방침으로 추경안을 우선처리한다는 데에는 이미 합의한 상태다.

여기에 추경안 심의의 또다른 난제였던 추경안 재작성여부도 이미 한나라당이 기존의 추경안을 심의할수있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후속조치를 담은 추경안은 13일의 자민련 당론변경과정과 3당총무회담 등을 거쳐 조만간 심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아직도 ‘용퇴론’을 우려, 김총리서리의 국회출석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대세는 기운 상황이다.

현재 여야는 중진협의체 구성과 정쟁중단선언 북풍국정조사 경제청문회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을 접근해 가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의한 중진협의체 구성은 한나라당이 다각적인 대화채널의 가동방침을 천명함으로써 화답했다. 또 정쟁중단선언에 대해서도 여야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요구한 북풍국정조사와 경제청문회의 연기문제도 여권이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북풍공작수사와 관련,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고위관계자들이 연일 “정치적 의도가 없다. 조기종결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다. 경제청문회도 반드시 4월중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국회정상화가 곧바로 정국정상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남은 현안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총리인준’이기 때문이다.

김총리서리의 인준에 대해서는 여야의 생각이 부동(不動)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론상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투표’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헌법소원 등 한나라당이 취한 법적 조치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총리서리’의 원인무효를 위한 고단위 처방을 연속적으로 강구하는 등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재투표수용론’. 이는 한나라당 중진그룹 일부의 목소리로 김종호(金宗鎬)의원 등이 주장하는 ‘김종필총리체제 수용’과는 달리 ‘부결’을 목표로 한 재투표다. 그러나 그동안 당내 강성기류를 주도해온 소장파의원들 이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당장에는 그리 높지않다.

따라서 중진협의체구성과 협상돌입 이후 일정시간이 지나야 여야간 일괄타결시도의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선거법위반사건에 걸려 있는 한나라당 소장의원들의 ‘심정변화’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추경안에 대한 심의착수가 여야간 대타협을 향한 ‘교두보’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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