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국정조사 증인채택,「또다른 공방」예고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46분


10일 한나라당의 ‘헌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소위 북풍(北風)사건 등 김대중정부의 정치보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김대통령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9일 오후 ‘북풍 국조권’을 발동하긴 했지만 향후 국정조사의 진통을 예고해 주는 대목이다.

과거 예로 볼 때 증인선정문제는 국정조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사안이다. 따라서 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증인채택공방이 어떻게 진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 국민회의나 자민련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정재문(鄭在文)의원을 ‘가장 확실한 증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두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도 있지만 북풍사건을 빌미로 한 정치보복 문제를 규명하겠다는 국정조사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정형근의원의 경우 여당은 안기부 고위간부들과 수시로 대책회의까지 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세분석위원장으로서 ‘정세분석’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재문의원도 여당은 정의원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안병수(安炳洙)조평통위원장대리와 만나 이회창(李會昌)후보를 돕기 위한 모종의 거래를 한 흔적이 있다며 증인채택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두 사람이 만나 4자회담 협조문제만 얘기했을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김대통령이 오익제(吳益濟)씨의 월북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오씨가 월북 전 접촉을 시도한 아태재단 관계자들의 책임자로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수석)전아태재단사무총장과 오씨의 전화를 받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 공보수석)전총재특보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편파수사를 추궁하기 위해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등 북풍수사 관계자들과 안기부의 수사기밀유출 책임을 따지기 위해 이종찬 안기부장 및 안기부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씨 사건 등이 ‘북풍공작’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여권도 야권수뇌부, 특히 이회창명예총재의 증인채택 문제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의 북풍공작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루된 의혹이 짙은 만큼 적어도 이명예총재가 사전이나 사후에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은 이밖에도 한나라당의 몇몇 인사들이 북풍공작에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풍사태가 ‘정치보복’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인사에 대한 수사는 가급적 확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 대신 북풍공작을 진두지휘했을 것으로 의심이 가는 안기부의 전직간부들은 줄줄이 증언대에 세워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대상으로 권영해(權寧海)전부장, 박일룡(朴一龍)전1차장, L 전101실장, 또다른 L 전102실장, K 전103실장 등 간부들과 실무자 20여명을 꼽고 있다.

〈김창혁·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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