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DJ비자금 수사」 급랭… 여야 대립 심화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42분


검찰의 ‘김대중(金大中)비자금’수사와 관련, 국민회의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수사협조를 촉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편파수사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여야간 대립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인준동의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터져나와 정국은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0일 이 문제를 놓고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조사’(국민회의)와 ‘비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한나라당)을 내세워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먼저 여당은 금융실명제 위반 부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김차기대통령이 지난주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고 권노갑(權魯甲)전의원과 김차기대통령의 친인척들도 모두 조사받은 상황에서 고발인측인 이명예총재도 당연히 조사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차기대통령도 “검찰이 사실대로 조사해 국민에게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내정자가 전했다. 박내정자는 “우리가 시인한 정치자금은 과거 야당시절 아무 조건없이 받은 돈으로 큰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그러나 금융실명제를 위반하고 영장없이 관련기관을 동원해 자료를 수집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검찰의 편파수사가 계속될 경우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비자금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국민회의측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검찰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권 발동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검찰이 이명예총재를 조사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검찰이 의혹 당사자인 김차기대통령은 무혐의처리하고 고발인도 아닌 이명예총재를 수사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면서 “이 사건이 본질과 다르게 왜곡 진행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이명예총재가 당시 비자금 관련자료가 입수돼 당의 공식결정에 따라 고발한 것이므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국은 비자금사건과 총리인준동의안 처리문제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최소한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그러나 비자금사건은 끝까지 파헤칠 경우 여야 모두에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왜냐 하면 ‘검은 돈’과 관련된 비자금수사에 대해 여당은 일단 문제가 됐고 비자금조성사실이일부확인돼한나라당측의 금융실명제위반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다소 소극적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비자금수사 파문이 총리인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압박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여야의 타협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영묵·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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