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공약」미루고 「의혹」밝힌다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30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정했다. 첫째,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극도로 악화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김차기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둘째,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집권 5년 동안 벌여놓은 각종 사업중 인수할 것만 인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종찬 인수위원장은 『헌정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인데다 경제비상시국인 만큼 과거의 인수위처럼 단순한 정권인수인계 작업에만 그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공약 재검토 ▼ 경제성장률 저하 등으로 인한 세수감소로 세출삭감이 불가피한데 따른 것이라고 인수위는 설명한다.정부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본 결과 재정형편상 대선공약 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다고 보고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분과위별로 사업범위 축소 등 내용변경이나 이행시기 연기 등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한 공약을 선별, 수정안을 마련해 김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인수위의 공약 재검토 기준은 시급성과 현실성이다. 인수위가 그동안 정부의 보고를 토대로 실현성이 적다고 판단한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물가상승률 3%이내 억제를 들 수 있다. 환율인상만으로도 4∼5%의 물가상승요인이 발생했는데 공약을 그대로 실현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국민총생산(GNP)의 6%를 교육재정으로 확보한다는 공약도 당장은 실천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수위는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의 임기내에 목표를 달성한다는 기본방침 아래 교육재정의 단계적인 확충 방안을 마련중이다. 인수위는 이밖에 복지예산 매년 30%이상 증액이나 매년 5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 창출, 농어촌 부채탕감 및 재해보상 등 예산의 추가배정이 필요한 공약도 경제여건상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검토대상에 포함시켰다. 인수위 공약재검토 사업의 초점은 사업우선순위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수위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산업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을 최우선과제로 정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복지 등 다른 부문의 공약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인수위는 그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고통분담 차원의 대국민 설득을 병행할 계획이다. ▼ 경제실상 파악 ▼ 인수위는 공약의 재검토와 함께 방만한 운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형국책사업과 의혹이 일고 있는 각종 인허가 등에 대한 실상파악에도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비리조사 차원이 아니라 집권청사진 마련과 업무인수인계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경제파탄을 초래한 김영삼정부실정(失政)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규명하고 김영삼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사업중 새 정권이 계속 떠맡아야 할 것과 떠맡지 않을 것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인수위는 지역민방 및 케이블TV사업자 선정과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및 삼성자동차 인허가경위 등을 김영삼정부의 3대의혹사업으로 선정, 진상을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이종찬위원장은 4일 MBC TV에 출연, “현재 대부분의 지역민방이 광고수주 격감 등으로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래에 대한 예측 없이 무더기로 지역민방을 허가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과 개인휴대통신 사업허가 과정에 대해서도 그간 들어온 제보와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근거로 철저히 점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미 해당 부처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 놓고 있다. 또 재경원에 대해서는 ‘경제위기 초래에 대한 자체분석보고서’ 제출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경부고속철도나 영종도신공항 건설 등 대형국책사업에 대해서도 점검에 들어갔다. 이같은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점검이 마무리되면 사업집행 유보 또는 중단, 계속 추진, 조속한 완료 대상으로 등급을 나눠 김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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