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지방선거 연기론 『모락모락』

  • 입력 1997년 12월 28일 19시 58분


내년 5월 실시될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의회가 지방선거를 연기하자는 내용의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키로 하면서 촉발된 「지방선거 연기론」은 대구시의회와 대구지역 8개 구 군의회가 24일 지방선거 연기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 지방의회가 선거연기론의 명분으로 들고 나온 것은 경제상황이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전국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가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95년 6.27지방선거에 한해 임기를 3년으로 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부칙 조항만 삭제하면 자동으로 선거를 1년 연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들 지방의회 의원들이 겉으로는 경제사정 악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위기 상황에 편승, 자신들의 임기를 1년 연장하려는 속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비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를 비롯해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 그리고 자민련 국민신당 등 주요정당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선거 연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미 대선 전부터 수많은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이 선거에 대비해 온 만큼 선거연기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야당이 된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방선거야말로 대선후유증을 극복하고 힘있는 거대야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일부러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쪽이다. 국민신당 역시 이번 대선에서 5백만표에 가까운 득표를 했다는 점을 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몸불리기」의 계기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 역시 대선승리에 따른 논공행상 차원에서 대선 기여자들을 위해 자리를 보장해 줘야 하기때문에 지방선거를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선거연기론은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만 여론의 지지를 받아 공론화가 된다면 그때 가서 검토해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연기론자들은 선거연기가 각 정당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국민회의로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가 경제위기 극복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정치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대선후유증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각각 선거 연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새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에 구체적인 구상을 갖게 된다면 지방선거 연기는 그것과 맞물리는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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