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3후보 「실명제」 논란…국민회의 「즉각유보」공세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금융실명제가 대선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27일 「집권후 금융실명제 2년 유예」입장을 뛰어넘어 아예 「즉각 유보」라는 카드를 던져 「실명제수명(壽命)논란」을 가열시켰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기왕 불구상태에 빠진 실명제라면 오늘 당장 기능정지를 선언하는 것이 빈사상태에 빠진 금융권을 돕는 길』이라며 실명제를 「뇌사상태」로 규정했다. 불과 하루전 김대중(金大中)후보가 동아일보 초청 대선후보토론에서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으로 상징되는 경제위기를 감안, 『집권하면 금융실명제를 2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데서 몇 걸음이나 더 나간 것이다. 최근 경제현장을 돌아본 결과 많은 기업인과 금융인이 현 상황을 금융공황이라며 『어차피 유예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유예해야 금융공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호소했고 김후보와 당지도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전략적 고려도 작용한 것 같다. 「국가부도사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율 급상승기류가 주춤해지는 때를 이용, 김후보의 「경제 지도력」을 강하게 각인시키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이미 실명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해놓은 만큼 DJP정책공조에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선대위대변인이 뒤늦게 『우리는 실명제 폐지니, 유보니, 유보불가니 하고 한가롭게 정치적 공방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국민회의의 유보카드를 또 다른 혼란행위라고 견제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무기명 장기채 발행, 종합과세 유보, 벤처기업 투자자에 대한 실명확인 유보 등으로 현행 실명제를 대폭 보완하자는 것. 맹대변인은 이와 관련,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제안을 즉각 받아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 역시 실명제에 관해서는 무기명 장기채 발행허용을 골자로 한 보완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회의가 실명제유보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아 실명제 존폐, 또는 유보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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