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의혹제기 과정」의 의혹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신한국당은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위반 등 몇가지 범법행위를 저질렀을 개연성을 드러냈다.▼ 금융실명제 위반 ▼ 신한국당이 발표한 내용에는 김총재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예금계좌번호나 예금거래내용 등이 상세하게 포함돼 있다. 우선 이 부분이 실명제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현 정부가 93년8월 시행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은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 누설을 엄격하게 금지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신한국당의 주장대로 시민들의 제보로 자료를 확보했다면 신한국당이 직접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제보자가 실명제위반의 책임을 지게 된다. 긴급명령에서는 1차적으로 금융기관 종사자에 한해 금융거래정보 누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긴급명령 4조4항은 「금융거래정보를 알게 된 자에게 그 정보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 종사자 등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를 빼낸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 기관개입설 ▼ 신한국당이 확보한 자료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따라서 자발적인 제보가 아니라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이 확보한 자료를 넘겨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총재 비자금 폭로준비과정에 관여한 한 당직자는 『당에서 확보한 자료에는 자금추적 결과를 정리한 자금흐름도까지 포함돼 있다』며 『김총재에게 돈을 준 기업의 명단 역시 자금추적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비자금자료가 신한국당의 자체적인 확인작업이나 시민들의 제보로 확보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금추적의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 몇몇 기관이 이번 폭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측은 『그런 문제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강하게 부인하지 않는다. ▼ 1억원 수표의 진위 ▼ 신한국당이 김총재의 「20억원+α」설의 증거로 제시한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사본에 대해 국민회의는 『수표 앞 뒷면이 서로 맞지 않는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측은 『수표 앞 뒷면에 있는 「일억원 이하」라는 고무인은 은행 관행상 앞면 뿐만 아니라 뒷면에도 한번씩 찍는 것』이라며 『뒷면의 고무인은 앞면의 고무인이 배어나와 복사된 것이 아니라 뒷면에 별도로 찍힌 고무인』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표 앞면 오른쪽에 찍힌 「서울신탁은행」 횡선에 대해서는 『수표가 입금된 국민투자신탁이 수표 어음교환소에 가입되지 않아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을 통해 교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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