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2차폭로 취소]『부작용 더 크다』판단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폭로할까 말까”
“폭로할까 말까”
신한국당이 9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관련 2차폭로를 미루고 「속도조절」에 들어간 이유를 둘러싸고 당안팎에서 나오는 해석들은 갈피를 잡기 힘들 만큼 복잡하다. 우선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7일 1차폭로를 한 뒤 여권내에서는 즉각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미칠 영향과 부담의 문제가 제기됐고 그 결과 2차 폭로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대두되는 분위기다. 특히 신한국당의 주장대로 폭로내용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김대통령이 엄청난 궁지에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번 파문에 따른 재계의 심상치 않은 동요 움직임이다. 재계는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 등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다 불과 일주일전인 지난 개천절사면 때 겨우 질곡을 벗어났다. 그런데 재벌 등 다수기업들이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치명상을 입게 되리라는 게 경제계쪽의 주장이다. 실제로 신한국당이 이미 폭로했거나 준비중인 내용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수십명의 기업인과 금융인들의 소환이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대선국면의 혼란상과 뒤얽히면서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때보다 훨씬 심각한 파장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계에서는 신한국당 고위당직자들에게 이같은 사정을 설명하며 신중하게 접근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등 막후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국당의 폭로유보에 따르는 또 한가지 관점은 검찰의 태도다. 즉 신한국당이 추가폭로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는데도 검찰이 『대선전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하자 신한국당으로서도 주춤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국당 수뇌부는 검찰과 긴장관계를 조성해 대선전에서 「적전분열」로 비치는 것이 결코 득될게 없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이번 비자금폭로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도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신한국당의 큰 고민거리다. 비록 폭로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는 하나 김총재와 이총재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거나 별다른 변동이 없다는 게 9일까지 신한국당이 파악한 추이다. 실제로 8일 5개 지방언론사가 합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비자금설이 사실일 것이다」라는 응답이 54.4%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총재에 대한 지지율은 2.7%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청와대와 당부설 사회개발연구소의 조사에서는 이총재와 김총재의 지지율이 함께 1, 2%씩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비자금폭로로 이총재도 김총재와 같은 「기성정치인」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형편이다. 「폭로정국」의 효과가 김총재를 견제하려는 당초 목표과는 달리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견해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9일의 당직자회의에서도 「비자금폭로가 김총재의 비리규명이라는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양당간의 이전투구나 폭로공방으로 비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대책논의가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한국당은 이같은 복합요인들을 감안, 당분간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폭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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