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유세 유지」합의]돈 안드는 선거 물 건너가나?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여야가 이번 대선에서 옥외정당연설회를 유지키로 합의한 것은 역대 대선 때마다 문제된 군중동원을 통한 세몰이식 선거운동방식을 온존시켰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후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돈 덜쓰는 선거를 실현해보자는 국민 여망에 따라 시작된 이번 정치개혁입법 협상을 보는 국민의 눈은 여야가 어떻게 고질적인 고비용정치구조를 청산해 나갈 것이냐에 모아졌다. 특히 과거 대선 때마다 여야 후보들의 경쟁적 세과시로 엄청난 청중동원비가 들곤 했던 유세풍토를 TV토론 등이 활성화된 이번에야 말로 한번 바꿔 보자는 요구가 높았다. 그러나 2일 여야가 합의한 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TV선거운동은 그것대로 하고 유세도 종전과 같이 해 또 한바탕 돈선거 시비가 일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여야는 이번에 옥외정당연설회를 종전의 시 군 구별 3회 이내에서 1회 이내로 줄였다는 점을 들어 일단 개선의 계기를 잡았다고 주장한다. 전에는 전국적으로 최대 9백9회(전국 시 군 구 총수×3)까지 열 수 있었던 연설회를 3백3회로 줄인 것만도 「개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은 『92년 대선 때 여야가 개최한 정당연설회는 각 1백회 정도에 불과했다』며 『9백9회로 제한하든 3백3회로 제한하든 어차피 23일간의 선거운동기간중 열 수 있는 정당연설회 횟수는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횟수 제한은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으며 고비용선거와 직결돼있는 옥외집회를 허용하는 한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정당연설회를 옥내집회로 제한할 경우 대규모 청중동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비용 절감효과가 크지만 옥외집회는 무제한 청중동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도 『정당연설회 단위가 「시 도」가 아닌 「시 군 구」라 하더라도 한 지역에서 정당연설회를 열면 인근 지역의 지구당위원장들이 후보에게 충성심을 보이려고 경쟁적으로 청중을 동원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어느 한 정당에서 대규모 옥외유세를 열면 상대 정당도 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계획할 수밖에 없다는 것. 옥외유세의 청중동원비는 92년 대선 당시 1천2백50억원 정도가 들었다는 것이 각 정당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당시 여야 3당이 옥외유세를 위해 대략 2백50만명의 청중을 동원했고 1인당 교통비와 식사대 등 5만원씩을 줬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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