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全大이후]「이회창式 정치」로 당권장악 총력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6분


신한국당은 30일 중앙당과 전국 각 지구당 당사 사무실에 걸린 김영삼(金泳三)총재의 사진을 모두 떼어냈다. 집권여당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총재직 이양만으로 당의 새 시대를 여는 토대가 완전히 구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권력의 이동이칼로 벤듯이 이루어질수 없을 뿐 아니라 대선승리 여부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하다. 이총재는 우선 권력의 구심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당의 정체성(正體性) 혼란을 신속하게 극복해내는 것과 함께 명실상부한 당권장악과 내분종식도 급선무다. 이총재는 취임사에서 단호한 어조로 『총재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 모든 도전을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 「후보사퇴론」에 대한 경고메시지이자 신한국당을 「이회창 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의표현이다. 이총재는 앞으로 「이회창식 정치」를 보다 과감하게 밀고 나갈 것이 분명하다. 이총재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쪽」 「법대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나 자율 공정 정보화를 3대 기둥으로 하는 「이회창 경제」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이회창식 정치」의 개막을 알리는 선언이다. 그러나 당안팎의 도전과 제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총재로서는 당내 결속이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신한국당을 성급하게 자신의 틀 속에 몰아넣으려 할 경우 자칫 비주류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총재는 전당대회 후 『후속 당직개편은 없다』고 밝혔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을 피하자는 고려에서다. 관심의 초점인 최고위원 인선이나 선대위 구성도 당내 보수와 개혁세력을 모두 포용한다는 기조아래 최대한 중의(衆意)에 따르겠다는게 이총재의 생각이다. 다만 이한동(李漢東)신임대표 등 보수세력쪽에 다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불가피할 듯하다. 아무튼 「이회창총재 체제」의 정착여부는 기본적으로 지지율 제고여부에 달려 있다. 「시한부」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비주류 인사들은 10월 중순까지 이총재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일 경우 후보교체를 공론화하겠다고 공언한다. 더욱이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비주류 인사들의 부담을 덜어줘 운신을 보다 자유롭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주류 인사들조차 내심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들마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질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총재의 지지율이 조만간 2위로 올라서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이회창총재 체제」는 생각보다 빨리 또한차례 중대한 기로에 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임채청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