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후보 선출]이회창,YS와 부딪치며 정치적 급성장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통령후보를 설명하자면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숙명적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측근들도 『아이로니컬하게도 YS가 없었다면 이회창의 오늘은 없다』고 말한다. 이후보는 김대통령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반대로 말하면 김대통령은 이후보에게 치받음을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이후보를 필요로 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과 이후보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89년 4월 강원도 동해시 보궐선거 때부터다. 88년 7월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보는 당선자를 비롯한 4당후보와 선거사무장을 무더기로 고발, 불법타락의 구태(舊態)에 경종을 울렸다. 이에 당시 김대통령이 총재였던 통일민주당이 선관위를 비난하자 이회창선관위원장은 즉각 김영삼민주당총재에게 경고서한을 보냈다. 김대통령과 이후보의 관계는 이처럼 처음부터 껄끄러웠다. 집권에 성공한 김대통령은 93년 2월 이후보를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 때도 이회창감사원장은 율곡비리와 관련해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강행하려다 청와대와 마찰음을 냈다. 그럼에도 김대통령은 93년 12월 이후보를 국무총리로 중용했다. 일각에서는 『실권없는 총리를 시켜 「대쪽」을 고사(枯死)시키려한다』는얘기도나왔다. 그러나 이후보는 「얼굴마담 총리」를 참지 못했다. 재임 4개월7일만에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의 운영과 관련한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자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개혁의 상징과 같던 이회창총리의 사표는 김영삼정부 개혁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반대로 이후보는 일약 국민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반전(反轉)의 상황이 전개됐다. 김대통령과 이후보의 질긴 연(緣)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5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김대통령은 96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이후보에게 「구원 등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보는 선대위의장으로 당에 입성한 후에도 『독불장군에게 미래 없다』는 김대통령의 경고에 『비민주적인 정당에 미래없다』고 응수하는 등 한치도 물러설 줄을 몰랐다. 해가 바뀌면서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문제로 곤경에 몰린 김대통령은 「이회창대표」 카드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결국 이후보에게 대표직이라는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이후보가 비상(飛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이후보는 「대표 프리미엄」을 철저히 활용했다. 한 측근은 『이후보가 대표 자리를 7월1일에 내놓은 것은 대표직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뒤 합동연설회에서 「반(反) 이회창」 진영의 집중포화는 비켜간, 절묘한 시점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회창」의 오늘이 단순히 「YS 치받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역량도 크게 작용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이후보는 정치와는 멀어도 한참 먼 거리에 있었다. 지난 81년 마흔 여섯의 나이로 최연소 대법원판사에 임명된 뒤 재임 5년 동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겨진 46건 가운데 무려 13건의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냈다. 朴世徑(박세경)변호사의 계엄포고령 위반사건과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김기철총무의 국가모독죄 재판에서의 소수의견 등 그의 소신 판결은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회창은 자기만 아는 사람이다. 그의 소신이란 것도 인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와 함께 대법관을 지낸 모 변호사는 『徑史(경사·이후보의 아호)는 민감하고 껄끄러운 사건에서 소수의견 제도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그의 소신이 계산된 것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이후보가 그 소신 때문에 집권당 대통령후보 자리까지 온 것만은 분명하다. 반면 그 소신 때문에 『양보할 줄 모르는 점에서 YS와 너무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사실이다. 〈박제균 기자〉 ▼ 이회창 약력 ▼ 35.6 황해도 서흥 출생 42.3 광주 서석초등학교 입학 47.3 청주중 입학 48.9 경기중 편입 50.4 경기고진학(경기중4년) 53.4 서울대 법대 입학 57.1 고시8회 사법과 합격 57.6 공군본부 법무관 60.3 서울지법 판사 65.11 서울고법 판사 71.1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76.1 서울고법 부장판사 80.8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81.4 대법원판사 86.4 변호사 88.7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 89.10 대법관 93.2 감사원장 93.12 국무총리(4개월 역임) 96.1 신한국당 입당 96.2 신한국당 선대위의장 96.4 신한국당 전국구 의원 96.5 신한국당 상임고문 위촉 97.3 신한국당 대표위원(97.7.1까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