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구도/청와대 회동이후]反李공세 거세질듯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들의 29일 회동은 예상대로 별다른 파란없이 끝났다. 회동을 앞두고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집안식구」들끼리의 모임이라는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회동으로 여권이 안고 있는 모든 갈등요인이 해소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본격적인 대회전(大會戰)을 앞둔 「탐색전(探索戰)」의 성격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회동을 통해 당내 분란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은 비교적 알기 쉽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李會昌(이회창)대표와 「반(反) 이대표」 진영간 다툼에 끼여들기 어려운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으로는 『당이 흔들리면 청와대가 흔들리고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지면 관료사회가 흔들린다』며 현시점에서의 「이대표 흔들기」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표현도 일절 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이날 당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이대표를 중심으로」란 표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김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날 오찬회동을 순탄하게 마무리지음으로써 30일 대선자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수 있는 여권내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대국민담화로 대선자금의 고리까지 끊고 시국수습이 무난히 마무리될 경우 내주부터 「국정은 국정, 경선은 경선」이라는 입장아래 본격적인 국정챙기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야권과의 대화채널 복원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내분의 원인인 대표직사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반 이대표」 진영은 앞으로도 집요하게 대표직 사퇴 공세를 펼 태세다. 더욱이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은 대표직 사퇴 문제보다도 훨씬 인화성이 강한 현안이다. 여권은 30일 대국민담화로 대선자금파문이 종식될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의 직접당사자인 김대통령의 입장표명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권내엔 김대통령의 입장표명이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견해가 팽배해 있다.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여권내부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야권은 복잡한 여권내부 상황을 「즐기면서」 지켜보고 있다. 대선자금 파문으로 인해 되살아난 야권공조 분위기도 해치고 싶지 않은 분위기다. 여권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게 야권의 기본전략이다. 〈임채청·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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