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씨,현철씨 「別件구속 반대」 담합여부 촉각

  • 입력 1997년 4월 5일 20시 21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 처리문제에 대한 여권의 입장이 「사법처리 불가피」에서 「별건(別件)구속 불가」로 선회하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 특히 선회배경에 대한 여야의 주장이 달라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입장선회와 관련, 『야권에서도 김대통령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도 4일 『야당 수뇌부의 생각도 그런 것 같다』고 말해 현철씨 처리문제에 대한 여야 막후교섭이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물론 야당은 펄쩍 뛰며 『음해 공작』이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말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최근의 여러 가지 정황이 여야 물밑접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일 청와대 여야영수회담 직후 여권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현철씨에 대한 별건구속 불가론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이날 영수회담에서는 현철씨 처리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한보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한보사태 등 현안에 대한 의혹해소』만을 언급했다. 현철씨의 국정개입 파문을 의혹해소 차원의 「현안」으로 얼버무린 셈이었다. 그리고 영수회담 후 여야의 입장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치했다. 한마디로 『그 정도면 됐다』는 것이었다. 여권이 한보사태에 관한 한 현철씨의 연루혐의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국정개입 의혹은 사법처리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현철씨에 대한 별건구속 불가론을 펴고 있는 것도 영수회담의 합의내용과 맥락이 닿는 부분이 있다. 또 영수회담 전에 여야간에 의견조율이 이뤄졌지 않느냐는 추측을 자아내는 징후들도 있다. 『합의문까지 이미 만들어 놓아 현안에 대한 협의는 사전에 다 마치고 회담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는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의 영수회담 첫 경험담은 음미할 대목이다. 이에 앞서 이대표가 지난달 26일 야3당 총재를 방문했을 때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와 각각 별실에서 나눈 밀담에서 현철씨 처리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밖에도 김대중총재가 갑자기 국회 한보조사특위에서 대여공격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한 것이나 여야합의로 특위 증인수를 대폭 축소한 점, 그리고 현철씨의 증언일정을 오는 25일 단 하루로 국한한 것 등 일련의 이상한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3김」의 정치적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여야 막후교섭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즉 현철씨의 구속은 김대통령의 하야(下野)요구 등 「1김」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그대로 「나머지 2김의 동반몰락」을 불러와 결국 「3김시대의 청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3김의 계산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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