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물건너 가나…』 풀죽은 자민련

  • 입력 1997년 4월 2일 19시 52분


기세좋게 번져가던 내각제 개헌논의가 1일 청와대 영수회담을 계기로 한풀 꺾인 듯한 인상이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JP)총재가 「마음먹고」 장시간 설명을 했지만 金泳三(김영삼·YS)대통령은 「부정적 침묵」으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DJ)총재는 「소극적 침묵」으로 응대했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실망은 2일 당무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JP는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집권당의 생각을 확인하는데 그쳤다』며 「첫 공식제기」에 위안을 삼는 듯 했다. 그러자 裵命國(배명국)부총재는 『내각제가 어렵게 됐다면 이제 당의 대처방안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며 「진로수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李元範(이원범)의원은 『영수회담에서 DJ는 내각제에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YS와 DJ의 묵계하에 만들어진 모임에 우리가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었는가. 야권공조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JP는 『비록 소수당의 소수 주장일지라도 선구적인 걸음걸이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공조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문제가 있기 전에는 야권공조를 깰 수 없다. 섭섭함이 있다면 소화하자』고 당부했다. 당직자들도 내각제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내각제는 자민련과 JP의 입지강화에 여전히 유용한 카드이고, 특히 「金賢哲(김현철)정국」의 변화추이에 따라 결정적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6월 중순까지는 내각제의 「잠재적 지지자」들을 전방위(全方位)로 설득키로 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도 대체적으로 내각제 논의의 불길은 잡혔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우선 신한국당 지도부는 『김대통령의 내각제 반대 의사가 분명해진 만큼 이제 내각제는 물건너 갔다』면서 다소 느긋해했다. 특히 당내 일부 대선주자들의 권력분점론도 최소한 내각제개헌론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회의는 일단 「시간벌기」에 성공했다는 반응이다. 국민회의는 한때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 문제를 놓고 여권과 물밑접촉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내심 경계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각제 논의가 소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국민회의는 내각제 논의를 당분간 유보하고 전당대회 이후 후보단일화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키로 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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