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전문가 3人의 진단]

  • 입력 1997년 2월 16일 21시 24분


▼李東馥(이동복·전 남북고위급회담대표)자민련 의원〓단정하긴 어려우나 황장엽망명사건으로 북쪽에 비상이 걸렸고 북경에서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의 소행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金正日(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일어난 황의 망명사건에 대해 북한은 불경죄나 신성모독으로 여기는 상황이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평상시 운영해온 남한내 공작망의 말단조직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귀순자중 당국으로부터 「미운 오리」취급을 받아온 이한영씨를 표적으로 삼아 황에 대한 위협 뿐만 아니라 남한은 물론 주변국가에 대한 심리적 위축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황의 남한행을 저지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사건을 계속 일으켜 긴장상태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 ▼宋榮大(송영대)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보복의 목표를 이한영씨로 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봐도 크게 틀릴 것 같지 않다. 이씨는 북한의 「로열 패밀리」였고 북한 최고권력층의 비리를 많이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를 응징하면 상징적인 전시효과가 가장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요인을 위해하면 그 범행이 북한의 소행임을 금방 온 세계가 알게 되나 이씨와 같은 경우 미궁에 빠지거나 북한이 관련없다고 생떼를 쓸 여지도 있다. 또하나 북한은 황장엽비서 망명사건 뿐 아니라 기존 탈북 귀순자와 탈북을 생각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경고의 표시로 이번 피격 사건을 일으켰을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테러를 할 경우 복잡한 외교분쟁의 우려가 있는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범행할 가능성이 높다. ▼任台淳(임태순)남북대화사무국장〓북한노동당 황장엽비서 망명사건과 맞물려 있는데다 金正日(김정일)생일 하루 전에 일어난 범행이라는데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이 간다. 만일 북의 소행이라면 고정간첩이 자행했는지 북에서 급파한 공작요원에 의한 테러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남한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고첩은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이미 남한에 주력군을 형성한다는 전략으로 고첩 및 동조세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차제에 고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색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리 초강경 대책을 확정한다거나 국민들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면 흔히 나오는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전면 재검토 같은 얘기보다는 보다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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